오피니언일반

축제 취소가 능사냐

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코로나19로 인해 대다수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관광산업이 가장 심각하다. 항공, 전시·컨벤션 등 연관 산업도 기진맥진한 상태다. 정부에서 맨 먼저 여행업과 공연업에 고용지원금을 제공했지만 역부족이다. 지난 5월의 해외여행은 98%나 감소했지만, 제주, 강원을 위시한 국내여행은 점차 회복되고 있다. 그렇지만 전국 각지의 축제는 연기, 취소를 거듭하고 있다.

축제는 원래 종교적 의식과 추수 감사의 의미에서 시작됐으나 점차 주민 단합과 지역경제에 기여하게 됐다. 영국의 에든버러 축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쟁의 폐허 위에서 음악을 통해 희망을 주고, 다시 일어나자는 취지에서 1947년부터 매년 8월에 열린다. 3천 회를 넘는 공연과 3만 명 이상의 음악인과 관객들이 몰리므로 혼란을 피하기 위해 일찌감치 4월 초에 취소를 결정했다. 그러나 미국의 아스펜 음악축제는 2주를 연기해 진행하고 있고, 올해 100주년이 되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제는 축소돼 열린다.

일본의 하카타 기온 마쓰리는 800년 전 전염병이 돌자 곳곳에 물을 뿌려 병을 막았고, 이를 기념해 매년 7월15일 후쿠오카 시내를 남자들이 샅바차림으로 초대형 인형을 메고 달리는 축제다. 올해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7월부터 하카타역 광장 등에 인형을 전시하며 축제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도 1995년부터 정부 주도의 문화관광축제를 통해 지역 특산품과 고유문화를 활용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축제가 전국에 100개도 되지 않았으나, 그해 지방자치제 시행과 함께 늘어나 지금은 1천개 가까이 된다. 그런데 코로나가 확산되자 방역을 위해 봄축제들이 연기를 거듭하다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통영 한산대첩축제, 전남 명량대첩축제 등 대부분의 여름축제와 평창 효석문화제 등 가을축제도 취소됐고, 부산영화제, 진주 유등축제는 아직 개최가 불투명한 상태다.

한편 일부 축제·이벤트는 조심스럽게 열리고 있다. 대구 관악축제는 7월11일 콘서트하우스에서 열렸고, 한차례 연기했던 교향악축제를 7월말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진주, 밀양에서는 공연·예술축제가 7, 8월에 예정대로 열리게 된다. 또 대구와 서울에서 건축박람회가, 실내에서 열렸다. 이밖에 경북 봉화은어축제는 일주일 연기해 8월 초에 개최되고, 청송 사과축제, 포항 별빛축제도 10월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축제 개최 여부는 각기 숙고와 회의를 거쳐 결정된 것이라 한마디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같은 음악축제도 어떤 곳은 실내인데도 열고, 다른 곳은 야외라도 취소한다면 얼른 납득이 되질 않는다. 좀 더 고민하면 개최할 수도 있다. 야외 축제는 1~2m 원, 선을 그어 밀접을 피하고, QR코드로 신분을 확인하고, 열 체크 등 방역에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 실내 공연은 예약자 위주로 한 자리씩 띄어 앉으면 된다. 농산물 축제는 온라인으로 바꾸어 저렴하게 팔고, 요리 방법, 과실주 담그기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면 된다. 보령 머드축제도 온라인으로 머드를 집에서 바르고 햇볕에 쬐는 차선책도 강구하고 있다.

대구의 대표적 축제인 치맥축제 취소는 아쉽다. 접촉을 줄이기 위해 일부 음식점에서 하듯이 테이블을 띄우면 된다. 공연은 TV, 유튜브 등으로 전국에 방영되고, 전국 체인점에서 치맥축제를 벌여 집에서 즐기도록 하자. 오히려 치맥축제의 전국화, 세계화도 가능해지는 셈이다. 올해 못 온 이들은 영상을 보며 내년을 기약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대구에서 치맥축제가 열리지 않는다면 8, 9월 서울, 부산의 맥주축제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국경일 경축일 기념행사는 물론 시·도의 정기 회의도 반드시 열린다. 모여서 하기 힘들면 온라인이라도 한다. 시·도 행사는 꼭 하고, 축제는 안 해도 된다는 걸까.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축제라면 연기, 축소를 하더라도 거르지 말고 방역에 주의를 기울이며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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