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최근 인도 카슈미르 라다크 지역에서 중국군과 인도군의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 중국, 부탄, 인도 세 나라 국경이 맞닿은 시킴 지역에서도 몽둥이까지 동원한 패싸움이 발생했다. 인도 북동부 국경지대인 아루나찰프라데시의 대치상황도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장장 약 3천500㎞에 달하는 국경을 서로 맞대면서 곳곳에서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번 충돌은 1962년 중·인 국경전쟁 이래 처음으로 사상자를 낸 분쟁이라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은 양국이 분쟁을 진정시키길 원한다면서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평화적 해법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지만, 중국견제라는 절체절명의 현안을 감안한다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감이 있다. 코로나 방역 실패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외부로 돌리고자 양국이 상호 교감한 기획일 수 있다. 국민적 관심을 영토분쟁으로 돌려 민족주의를 자극함으로써 집권세력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꼼수는 늘 봐온 데자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인 국경분쟁에서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대국 간 충돌이 조악하고 유치하다는 점이다. 수십 명의 사망자가 생긴 것으로 추정되긴 하지만 조폭의 관할다툼을 연상하는 주먹다짐 수준의 웃고픈 해프닝으로 비친다. 그 이유는 의외로 간명하다. 두 나라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발적 분쟁이 행여나 핵무기를 가진 두 나라 간 전면전으로 확대될까봐 쌍방이 조심하고 자제한 결과이다. 국경에서 상호 군사력 시위만 할 뿐 총마저 휴대하지 않는 사연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주먹다짐이나 돌팔매질을 하다가 기껏해야 방망이나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코미디 같은 군사충돌은 핵무기로 인한 공포에서 기인한다.

핵전쟁이 두려워 전쟁을 하지 못하는 현상을 공포의 균형이라 한다. 쿠바의 미사일 위기가 전쟁으로 발전되지 않은 것과 중국과 인도의 국경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전되지 않은 것 등은 모두 공포의 균형 덕분이다. 핵무기가 지구를 멸망시킬 정도의 가공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역설적으로 지구의 평화가 유지되는 셈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이후, 대체적으로 약 75년 간 평화를 구가하는 것도 아이러니 하게도 핵에 의한 전쟁억지력에서 유래한다. 평화는 냉전체제 하에서 양대 진영의 헤게모니 국가인 미국과 소련이 엄청난 수의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자기 진영 국가를 지켜준 공동방위 전략이 낳은 결실이다. 재래식 전쟁이 지엽적으로 간간이 발발했지만 나름대로 전쟁의 명분이 상대진영에 받아들여진 까닭에 세계대전으로 가지 않았다.

이제 공포의 균형이 북한 핵 개발로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핵을 갖게 된 북한은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달리 해석해야 한다. 휴전상태일 뿐 아직 내전 중이란 특수한 조건과 통일의 필요불가결성이란 뚜렷한 명분을 내세워 내전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환경 하에 놓여있는 현실이 폭발력 있는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한반도에 유엔사의 일원인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상태지만 종전이 선언되고 미군이 철수한다면 바로 내전이 재연될 여건이 조성된다. 내전은 다른 나라가 대놓고 참전할 명분이 없다. 내전이 발발한다하더라도 재래식 전쟁이 되겠지만 북한군은 미·중이 상호 견제하는 틈을 타서 단숨에 적화시켜버릴 개연성이 크다. 핵을 당장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최후의 순간에 쓸 수 있다는 생각을 암묵적으로 가질 것이다. 이로 인해 북한군이 사기충천하고 용기백배하여 싸우는 상황이 매우 위협적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북한 핵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폐기시켜야 한다. 한미동맹 강화와 미군주둔도 북한의 침략 야욕을 무력화시키는 강력한 방패막이다. 북한의 핵 보유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유일한 비빌 언덕은 미국이다. 미국은 중국 견제 전략의 일환으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한민국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상황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도 영원한 우방이 될 수 없는 법이다. 장기 전략으로 독자적인 핵 개발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미국을 설득하는 한편 일본과도 상호 협조하는 윈윈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성공한 핵 개발이다. 시도해 보지도 않고 불가능하다고 꼬리를 내릴 이유는 없다. 한두 국가가 가진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이 추가로 더 가진다고 달라질 건 하나도 없다. 군사력이 국가의 기본이고 강한 군사력만이 평화를 지켜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중국과 인도의 허접한 싸움에서 핵은 전쟁을 막는 강력한 수단이라는 교훈을 얻는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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