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봉 논설위원

참 지긋지긋하다. 물러갈 때가 됐지 했는데 아니고, 이젠 잡히나 했는데 아니다. 코로나19가 우리 생활 속에 파고든지 5개월째 게릴라처럼 출몰하고 있다. 이젠 퇴치는 물 건너 간 게 아닌가 여겨진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규모 집단 발발이 계속되면서 2차 팬데믹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1일 현재 코로나19 국내 희생자는 280명이다. 특히 대구 189명, 경북 54명 등 지역에서 전체 희생자의 86.8%가 나왔다. 대구·경북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신천지교회 발 감염자가 대거 발생했다. 지역민들은 공포에 빠졌다. 대구는 감염 진원지로 지목돼 기피와 혐오 대상이 됐다. 아직도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다.

지난 7일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는 이색 추모행사가 열렸다. ‘한국전쟁 70주년 해원과 상생을 위한 수륙대제’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해인사 측이 6·25 당시 희생된 국군과 유엔군, 남북 민간인 등 138명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했다. 138명 중에는 중공군과 북한군까지 포함됐다. 행사에는 유엔 참전국 주한대사들도 참석했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6주기 행사가 인천과 경기도 안산을 비롯 전국에서 열렸다. 지난 3월엔 천안함 10주기 추모행사가 개최됐다. 이렇듯 우리는 국가적인 대형 참변과 사고가 나면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행사를 갖는다.

-세계 각국 코로나19 희생자 추모 잇따라

지난달 27일 미국의 양대 일간지인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가 1면에 코로나19 희생자 부고 기사를 실었다. NYT는 1면에 코로나19 사망자들의 이름과 짤막한 부고를 실었다. WP는 일부 희생자들의 사진과 함께 그들의 다양한 삶을 지면에 담았다. 코로나19가 미국에서 1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자 언론에서 이를 추모하며 애도했던 것이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달 코로나19 사망자를 기리는 공식 애도 기간을 선포, 모든 공공기관 건물과 해군 함정에 조기를 게양했다. 마지막 날에는 국왕이 추모식을 주재했다.

우리가 K 방역의 성공에 도취해 있는 동안 뉴질랜드 등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는 나라가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초기에 다른 나라와 교류를 전면 차단, 피해를 최소화한 나라들이다.

대구의 한 시민단체가 지난달 코로나19 희생자 임시 분향소를 설치하고 헌화하며 추모회를 가졌다. 진실규명시민연대라는 이름의 단체는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했다. 단 한 차례, 그 추모식이 코로나19를 추모한 행사로는 유일하다. 이후 추모행사 주최 측 인사 1명이 SNS를 통해 매일 희생자 통계를 올리고 대구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며 추모 분위기를 이어가려 애쓰고 있다.

정부는 희생자 유가족에게 감염병예방법 및 장례지침에 따라 화장장 경비 등 장례비 실비 300만 원과 유족 장례비용으로 1천만 원을 지급했다. 그것으로 끝이다. 추모식은커녕 희생자에 대한 애도도 없다. 고령의 희생자가 많은 탓에 유족들도 서둘러 입을 닫았다. 유족들은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채 화장 절차만 지켜봤다. 희생자 모두가 황량한 빈소에서 허무한 죽음을 맞았다.

-정부·지자체 희생자 외면…추모회 갖자

의료전문가들은 코로나 발생 초기인 지난 1월 말부터 수차례 중국발 입국의 전면 차단을 건의했다. 그러나 묵살됐다. 방역의 현주소다. 초기 차단에 성공, 사망자가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았거나 수 명에 불과한 몽골과 라오스, 베트남 등의 차단방역 성공 사례와는 딴 판이다. 우리는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

희생자의 대부분이 나온 대구도 희생자 추모를 내몰라라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산발하는 등 완전 퇴치 상황이 아니라며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영국 등 다른 나라보다 희생자 숫자가 적다.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코로나19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렇다고 사망자와 유가족에 대해 이렇게 무관심해도 되나? 아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대구시는 희생자 추모를 위한 작은 공간이라도 마련하고 정부와 협의, 희생자 추모식을 열고 애도하자. 창졸지간에 가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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