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정화 신도청권 취재팀장
▲ 문정화 신도청권 취재팀장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발생이 숙지고 있는 대구에서 긴급생계자금 ‘부당 수령’과 ‘환수’논란이 뜨겁다.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우째 이런 일이.” 잠시 귀를 의심했다.

부당수령자는 공무원 1천810명(시청 직원 74명 포함), 사립학교 교직원 1천577명, 군인 297명, 공사·공단 및 출자출연기관 직원 244명 등 총 3천928명, 금액으로는 25억 원이라고 한다.

대구시가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하위 50% 해당) 43만7천여 가구에 2천760억 원을 지급(가구원 수에 따라 50만 원~90만 원)했으니 이는 1%가 채 안된다. 부당 수령자 가구당 평균 63만6천여 원 정도를 받은 셈이다.

부당수령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올라갔다. 15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국 1만2천121명. 이 가운데 대구와 경북이 각각 6천894명, 1천341명으로 전체 67.9%를 차지한다. ‘대한민국 방역=대구·경북 방역’인데 파면을 요구하는 글이 올랐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대구시는 “검증시스템을 구축하려 했으나 관련기관 협의 등에 시간이 걸리고 개인정보보호법 제약으로 데이터 확보가 어려웠다. 하루라도 빨리 지급하기 위해 '선지급 후 사후검증' 방침을 정했다”고 해명했다.

긴급생계자금을 지급한 자치단체 중 공무원 등을 제외시킨 곳은 대구·경북 뿐이다. 진짜 어려운 사람을 지원하자는 취지였고 ‘국민 정서(?)’를 생각한 터였다.

그러나 경북에는 아직 부당 수령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대구는 건강보험료를, 경북(50만 원~90만 원)은 사회보장시스템인 행복이음(소득)을 활용, 대상자 선별 기준이 달랐던 것이다.

건보료는 빠른 지급을 할 수는 있지만 공무원 등을 가려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예를 들면 직장의료보험에 가입한 공무원(부인)과 지역의료보험에 가입한 세대주(남편)가 부부인 경우 동사무소는 부인이 공무원인 줄 모른다. 세대주가 신청하기 때문이다.

경북이 소득을 기준으로 한 행복이음시스템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북도 담당자는 “건보료 중위소득 100%는 기준이 명확하게 나와 빠른 지급을 할 수 있지만 85%는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를 들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득을 기준으로 잡았다”고 했다.

읍·면·동 신청때 가족관계증명서가 첨부됐고 시·군청 통합조사팀은 행복이음시스템에 입력된 신청자 이름과 신원(직업은 물론 근무처까지 나옴)을 확인, 제외 대상자를 골라냈다.그래서 지급은 좀 더뎠다.

경북도 잠깐 혼란을 겪은 적이 있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긴급재난지원금 지급(40만 원~100만 원) 카드를 던졌고 건보료가 선별기준으로 거론된 탓이었다. 경북으로서는 총선후 정부 지원금이 지급된다면 기준과 금액이 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는 도의 지원금과 정부 지원금을 중복지급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 때였다. 급기야 “도민들이 더 받는 것(4인 이상 가구 10만 원)은 몰라도 추후 차액(1인 가구 10만 원)을 내놓으라고 하면 안되겠나”는 의견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결국 도는 총선 후 상황의 불확실성과 중복지급에 대한 잠정 결론을 내부적으로 내리면서 행복이음시스템으로 밀고 나갔다. 이후 정부 지원금은 전국민 대상이 되면서 대상자를 선별할 필요가 없어졌다.

대구시와 경북도를 비교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구시는 공무원 등 제외 대상자를 걸러내지 못할 시스템이라면 미리 언론을 통해 이를 구체적으로 발표하는 등 아날로그식 대책이라도 준비했어야 했다.

제외 대상자의 항의도 있을 수 있지만 ‘진짜 어려운 사람을 위한 지원금이라는데.”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가.

행정은 집행이다. 모두가 만족하는 100점짜리 정책은 불가능하다. 꼭 해야 할 정책에 대해 예상되는 문제를 살펴 대책을 세워 집행하는 것이 공무원이 할 일이다.

2월17일(대구 첫 확진자 발생)과 2월18일(경북 첫 확진자 발생) 이후 대구·경북이 겪은 공포감과 불안, 고통과 수모를 잊을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긴급생계자금 환수사태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우리의 노력과 자긍심을 꺾게 하는 사태로 번져서는 안된다.

지금도 예천군, 경북도, 안동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안전 안내 문자가 15분~20분 간격으로 온다. 우리는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아직 끝내지 못했다. 아직 함께 힘을 보태야 한다.



문정화 기자 moonj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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