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객 편의 돕기 위한 역사 병기 명칭, 이용객들 오히려 혼동||시설물과의 접근성 고려치

▲ 14일 대구도시철도 1호선 신천역(경북대입구역) 입구의 모습.
▲ 14일 대구도시철도 1호선 신천역(경북대입구역) 입구의 모습.


최근 경북대 앞에서 자취하는 아들을 보기 위해 경북 의성에서 올라온 김정숙(52·여)씨는 대구지하철을 이용했다가 큰 불편을 겪었다.

노선표와 역사에 표기된 ‘경북대입구역’만 믿었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경북대입구역과 실제 경북대 입구는 직선거리로 약 1.4㎞ 떨어져 있어 걸어가면 25분 이상 걸린다.

역에서 내리면 버스로 환승도 번거로워 동대구역, 칠성시장역 등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야 하지만 외지인들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다.



김씨는 “경북대에 가려고 지하철을 타고 ‘경북대입구역’에서 내렸지만, 주변에 경북대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라”며 “여기저기 물어보다 결국 택시를 타야 했다”고 말했다.



대구도시철도 이용객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역사 이름과 함께 나란히 적어 둔 시설물들이 정작 역사와는 접근성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이용객들에게 오히려 혼동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 도시철도 1·2·3호선 역사는 모두 93개로 이중 병기된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역사는 22개다.



도시철도 역 이름은 대구시에서 운영 중인 ‘공공용물 명칭 심의위원회’에서 해당 지역의 역사성, 전통성, 법정·행정구역 명칭 등을 고려해서 결정된다.



또 역의 인지도와 편의성 등을 감안해 인근의 관공서나 랜드 마크가 될 만한 건물 등을 괄호로 병기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이중 일부 역사에 병기된 명칭들이 시설물과의 실제 접근성이나 교통수단 등은 제대로 고려치 않은 채 붙여놔 이용객들에게 혼동을 주고 있는 것.



예를 들면 1호선 큰고개역에 동구청역이 병기돼 있지만, 오히려 다음 역인 아양교역이 동구청에 더 가깝다.

또 아양교역에 병기된 대구공항입구는 대구공항까지 걸어서 가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멀다.

2호선 대공원역에 내리면 대공원은 없다. 15년째 지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병기된 명칭이 바로 앞에 있다는 의미보다는 근처에 왔다는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구에 익숙하지 않은 외지인 등은 불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용된 병기 명칭 때문에 이용객의 불편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시민편의 증진을 위해 이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대구시 등에 따르면 역사의 명칭을 변경하려면 대구시가 민원 등을 통해 재·개정 계획을 수립한 후 재·개정 대상 조사·신청을 해야한다.



관련부서(시민) 의견수렴 후 심의위원회 구성 및 심의를 거쳐 조정위원회의 심의·의결 후 결과를 해당기관 및 지자체에 통보하고, 공고 및 시설물 정비를 통해서야 역사 이름을 변경할 수 있다.



비용도 많이 든다. 해당 역사뿐 아니라 모든 역사의 홍보물이나 노선, 열차에 붙은 홍보물 등을 모조리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역사 이름 하나를 바꾸는 데 드는 시설물 정비 비용만 1억 원 가량이 든다.



경북대 하혜수 교수(행정학과)는 “인접하지 않았는데 이름난 시설을 공공시설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은 시설에 대한 친밀도와 이해도는 높일 수 있지만, 이용객에게는 불편과 혼동이 야기되는 관료편의주의적인 행태”라며 “이용객의 입장에 서서 의견조사와 공론화를 통해 혼동을 겪는 역사 명칭 존속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