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법은 정부수립 1년 뒤인 1949년 제정됐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핵심인 지방선거는 정권에 따라 실시와 유보가 되풀이 됐다.

현행 지방자치 시스템은 1988년 공포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법률안’에 기초하고 있다. 그후 32년이 지났다. 그 사이 전부 개정은 2007년 단 한 차례 이뤄졌다. 이때는 표기를 쉬운 말로 풀고 문장을 간결하게 다듬는 차원이었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법률안이 21대 국회 임기시작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입법예고됐다. 지방자치 시스템을 전면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발빠르게 나선 것은 새 국회 출범에 맞춰 우선적으로 입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개정법률안은 17일까지 20일간 입법예고를 거쳐 7월 초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32년 만의 전면 손질…내실화 장치 마련

그동안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지방자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지방자치법의 전면 보완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지난 20대 국회에도 이번 개정안의 모태가 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지난해 3월 제출됐다. 석달 뒤 6월 행안위에 상정됐지만 11월 한 차례 법안소위 심의를 하는데 그쳤다. 국회 파행, 특례시 지정과 관련한 여야 이견 등 때문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도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지난달 19일 행안위 마지막 법안소위에는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그후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지방자치법 개정에는 여야 간 근본적 의견 차이가 없다. 다만 특례시 조항은 광역과 기초지자체 간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부분 등이 있으니 충분한 논의를 한 뒤 결정하자는 정도다.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시도지사 협의회, 시도의회 의장협의회,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시군구의회 의장협의회 등 4대 협의체도 개정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미루기만 했다. 각론에 들어가면 미비한 점이 드러나고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심의과정에서 보완하면 된다. 국회 심의는 그 때문에 하는 것이다.

법령의 ‘전부 개정’은 ‘일부 개정’과 조건이 다르다. 조문의 3분의 2 이상을 개정할 경우, 핵심 부분을 근본적으로 개정할 경우, 시간이 많이 지나 체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을 경우 등에 적용되는 방식이다. 이번에는 3가지 조건 모두에 해당된다.

새 개정안은 지자체와 국가 간 협력을 도모하고, 지역 간 균형발전 관련 정책을 심의하기 위해 ‘중앙지방협력회의’를 두기로 했다. 지자체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요구해온 현안이다. 국가 균형발전 관련 사항을 논의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다.

지방의회 의원의 윤리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장치도 마련된다. 현재 재량 사항인 윤리위원회 설치가 의무화 됐다. 또 윤리심사자문위를 신설해 민간위원의 의견을 듣도록 했다.

시도의회의 자율 및 역량 강화를 위해 시도의회 의장에게 소속 사무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부여한다. 인사권은 지방의회의 숙원이었다. 이제까지 인사권이 단체장에게 있어 의회중심의 지방자치 발전에 저해요소가 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둘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전문성 강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 뒤 ‘자치단체장직 인수위원회’ 구성에 관한 기준(시· 도 20인, 시·군·구 15인 이내)도 마련된다.

---특례시 등 이견…심의 과정 보완하면 돼

행정수요, 국가 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인구 100만 명 이상(50만 명 이상은 행안부 장관 지정) 도시에는 특례시 지위를 부여해 행정·재정상 특례를 둘 수 있도록 했다. 최대 논란 조항이다. 경북에서는 포항시가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지방자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장치 강화가 시급하다. 그 첫걸음이 지방자치법 보완이다. 이번 개정안은 실질적 자치권 확대와 함께 자치단체의 자율성 강화, 책임성 확보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다.

지방자치의 내실화는 진정한 민권국가로 가는 기본 전제다. 21대 국회는 심의 절차를 서둘러 빠른 시일 내 입법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안 개정을 미룰 이유가 없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