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탈 세계를 만나다, 한국 탈 20종과 세계 50여 개국의 다양한 탈 800여 점 전시
하회세계탈박물관 김동표 관장은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전해들은 하회탈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700년 전에 만들어진 하회탈로 마지막 탈춤공연이 열렸던 게 일제강점기인 1920년, 단 3일간의 탈춤공연이 마지막이었다고 전한다. 그 때 마을에서 사용하던 탈은 1964년 국보121호로 지정된 뒤 국립중앙박물관이 보관해 오다가 2017년 12월27일 고향인 경북 안동으로 돌아왔다. 하회탈의 원래 소유주인 하회마을보존회 측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 하회탈 보관 장소 변경을 요구했고 중앙박물관이 이를 수용함에 따른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하회탈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탈을 한 곳에서 관람할 수 있는 탈 전문박물관이 안동 하회마을에 있다.
경북 안동시 풍천면에 위치한 하회마을을 찾아 들어가다 보면 마을초입에 한옥으로 된 박물관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1995년에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탈 전문박물관으로 경북 사립박물관 1호인 ‘하회세계탈박물관’(이하 박물관)이다.
총 5개관으로 구성된 전시실에서는 하회탈 등 우리나라 탈 뿐 아니라 세계 50여 개국의 탈 약 8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서 관람객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탈은 국보 제121호로 지정된 ‘하회탈‘과 ‘처용탈’이다. 하회별신굿탈놀이에 사용된 하회탈은 우리나라 탈 가운데 유일하게 국보로 지정된 탈이며 가면미술 분야의 세계적 걸작으로 평가 받는다. 또 신라 헌강왕 때의 인물로 동해 용의 아들이라 전해오는 처용탈도 눈에 띈다. 머리에 꽂고 있는 모란은 부귀를 상징하고 복숭아 나뭇가지는 역귀를 물리친다는 의미를 가진다.
안내를 맡은 김동표 관장은 “전시된 많은 탈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탈은 우리나라 탈인 방상시”라고 했다. ‘방상시’는 본래 중국 고대 나례(궁중과 민간에서 잡귀를 쫓기 위해 베풀던 의식)의 대표적인 신이다. 우리나라에는 5~6세기 경 신라시대부터 들어와 장례와 역귀를 쫓는 ‘구나의식’에 사용하기 시작해 1930년대까지 사용했다.
이어 김관장은 “20년전 쯤 경북 청도에서 유월장(사망한 뒤에 달을 넘겨서 장례를 지내는 것)을 지냈는데 그 때 제가 만든 방상시 2개를 사람이 직접 쓰고 상여를 이끌었다”고 소개 했다.
제2전시실은 중국의 나희탈, 사자탈, 벽사탈, 기복탈과 인도네시아 발리의 바롱 댄스에 등장하는 바롱과 랑다를 비롯해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의 탈이 전시돼 있다. 또 제3전시실에는 일본, 인도, 네팔,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필리핀, 내몽골 등의 탈이, 제4·5전시실은 프랑스, 이탈리아,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탈이 각각 전시돼 있다.
2014년 이후 이어져온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은 아동·청소년 및 성인들에게 유물과 현장, 역사와 사람이 만나는 인문학의 새로운 학습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시행하는 국가사업이다. 이에 따라 박물관은 11월까지 전국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일반 프로그램인 ‘탈 빙고!(ver.한국 탈)’와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워크맨(박물관 편)’ 교육 프로그램을 각각 진행한다.
올해는 놀이(게임)라는 수업방식을 통해 참여자들의 흥미를 유발해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는 게 박물관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고유 탈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탈을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하회세계탈박물관’은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매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박물관은 하회마을 입장권을 소지한 사람은 누구나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명절 당일과 1월1일은 휴관이다. 문의: 054-853-2288.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