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항

대구지방기상청장 전준항

평년이나 작년보다 덥다는 기상청의 여름철 기상전망이 발표되면서 폭염과 열대야 관련 뉴스가 등장하고 있다. 아직 한여름은 아니지만, 여름이 점점 다가오면서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고, 공기마저 후텁지근하게 바뀌고 있다. 집마다 선풍기가 등장하고 낮에는 에어컨을 가동하는 곳도 종종 눈에 띈다. 지금은 괜찮지만 무더운 여름밤이 되면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도 있을 것이다. ‘열대야’는 열대지방의 아침 기온과 비슷한 25℃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밤사이(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기상 현상을 말한다. 도심지는 한낮에 아스팔트와 빌딩에 흡수된 열기가 밤이 되면 뿜어져 나와 열대야가 더 심해지기도 한다.

열대야는 주로 7~8월 여름철에 나타나지만 6월이나 9월에도 가끔 발생하고 있다. 작년 대구를 기준으로 보면 7월 22일 첫 열대야가 나타났었고, 9월 6일 마지막 열대야가 관측되었다. 여름이 길어질수록 열대야가 나타나는 지역도 많아지고, 발생 횟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10년간 대구지방의 열대야 평균 발생일수는 21일로, 6월은 0.1일, 7월은 10.3일, 8월은 10.2일, 9월은 0.4일 나타났고, 작년은 8월 9일부터 15일까지 7일간 연속으로 나타난 기간도 있었다. 그리고 최근 10년 중 최장으로 지속된 기간은 2018년 7월 12일부터 27일까지로 16일 연속 나타나 사람들의 여름밤을 괴롭혔다.

열대야가 발생하면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나타나는데 이는 높아진 기온으로 중추신경계 중 체온과 수면을 조절하는 부위가 자극받아 몸을 자꾸 뒤척이기 때문이다. 이에 깊은 잠을 이루기 어렵게 되고, 잠을 자도 몸이 뻐근하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곤해진다. 더불어 열대야가 발생하면 습도까지 높아져 땀이 증발하지 않기 때문에 체온 조절이 어려워진다. 이는 불쾌지수를 높여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어 수면을 방해한다. 잠을 못 자서 피로가 누적되면 면역력과 집중력이 쉽게 떨어지고, 두통과 식욕부진 등 다양한 증상으로 이어져 일상생활에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열대야의 불면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내 온도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선풍기나 에어컨으로 침실 온도를 22~25도로 유지해야 한다. 이때 냉방기는 계속 가동하기보다는 타이머를 설정하고 틈틈이 환기하여 냉방병을 예방하도록 한다. 잠자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짧게 샤워를 해 몸을 식히고 피로를 풀어주면 수면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찬물로 샤워를 하면 근육을 긴장시키고 차가워진 몸의 체온을 맞추기 위해 열을 발생시켜 오히려 열대야로 인한 숙면을 방해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잠들기 전에는 스마트폰이나 TV, 컴퓨터 등을 멀리하는 것이 좋은데,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푸른색의 짧은 파장의 빛이 생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억제해 불면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당한 운동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만, 과도하거나 잠들기 바로 직전의 운동은 수면에 방해가 되므로 하지 않는 것이 좋고, 잠들기 최소 3시간 전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 스트레칭으로 몸을 이완하면 수면에 도움이 된다.

더위 때문에 밤잠을 설쳤더라도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활동을 시작해야 하는데 잠을 못 잤다고 다음날 늦게까지 자면 신체 리듬이 깨지기 때문이다. 자기 전 가벼운 음주로 더위를 식히고 잠자리에 드는 것도 삼가야 한다. 차가운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체온이 떨어지고 졸음이 와서 잠이 온다고 느끼게 되지만 알코올은 오히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알코올이 분해될 때 대사 작용으로 인해 갈증을 느끼기 쉽고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잠을 설치기 때문이다. 따뜻한 우유를 한 잔 마시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하니 차가운 술 대신 따뜻한 우유 한 잔이 어떨까 한다.

또한, 잠들기 6시간 전부터 카페인이 든 커피나 홍차 등은 삼가야 하는데 카페인은 수면 유도 물질의 작용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졸리더라도 낮잠은 30분 이상 자지 않으며, 평소 비타민이 풍부한 야채나 과일 등 수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올 여름철 기상전망이 평년보다 덥다고 전망된 만큼 다가올 열대야를 생활 속의 작은 습관 변화로 슬기롭게 극복하여 건강한 여름을 보내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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