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2일부터 10월11일까지, ‘넉넉한 가르침 격대교육전’ 예정
대구교육박물관 한쪽 벽에 붙어있는 설립 취지문의 문구다.
한 때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로 가득했을 초등학교터가 학생수 감소로 폐교되면서 그 자리에 교육전문박물관이 들어섰다.
대전한밭교육박물관, 제주교육박물관에 이은 ‘20년만의 교육박물관’이자 ‘영남권 최초의 교육박물관’으로 주목 받고 있는 ‘대구교육박물관’(이하 박물관)은 2018년 6월15일 학령인구 감소로 개교 36년만인 2017년 폐교한 대구 북구 산격동에 위치한 대동초등학교 자리에 개관했다.
폐교를 활용해 박물관을 세우겠다는 구상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의 존재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타지에서 벤치마킹의 본보기로 삼을 만큼 박물관은 내용면에서도 단단히 자리잡아가고 있다.
대구교육 역사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교육적 공간이자 전 세대가 어울려 다양한 교육 역사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인 박물관은 유물 전시와 함께 유물이 가진 스토리에도 집중해 타 박물관과 차별화된다.
박물관 박연미 주무관은 “박물관 설립을 추진하면서 교육청을 중심으로 기증유물을 모으는 한편 ‘역사를 전하는 보람 있는 나눔’이라는 기증캠페인을 펼쳐 지금까지 110명으로 부터 2만여 점의 자료를 기증받아 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물관은 대구지역 최초 서원인 ‘연경서원의 출석부’라고 할 수 있는 ‘통강록’과 서포 김만중의 평론집인 ‘서포만필’필사본을 소장하고 있다. 또 지석영 선생이 펴낸 우리나라 최초의 영어교재 ‘아학편’, 일제강점기인 1937년 경북여고 2학년 여학생이 11개월 동안 일본어로 쓴 일기장인 한국판 ‘안네의 일기’라 불리는 ‘여학생일기’등을 전시하고 있다.
박 주무관은 “전시와 더불어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우리동네 달빛축제’, ‘박물관 영화산책’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주민들과 보다 가까이에서 만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코로나19사태로 한동안 문을 닫았던 박물관은 오는 12일부터 10월11일까지 전통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격대교육’의 모습을 살펴보고, 가치를 조명하는 ‘넉넉한 가르침, 격대교육전’으로 전시를 재개한다.
‘격대교육’은 농경시대 대가족에 흔했던 전통교육법으로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한세대를 건너 손자세대를 가르치는 교육으로 핵가족시대에 다시 주목받고 있는 교육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서양의 교육사례를 유물과 영상, 그래픽, 공간 재현 등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모두 3부로 꾸며지는 전시에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육아일기인 ‘양아록’부터 퇴계 이황 선생이 손자에게 보낸 150여 통의 편지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양아록’은 손자가 태어나 16세가 될 때까지 성장과정과 풍속을 상세히 기록한 귀중한 자료로 지역에서는 처음 공개된다.
북구 산격동 옛 대동초등학교를 개조해 개관한 대구교육박물관은 복현오거리에서 산격대우아파트 방향으로 가다 왼쪽 편에 자리한다. 관람문의: 053-231-1790.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