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100일 동안 블로그 1일 1포스팅. 지난 2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임시휴업에 들어가면서 시작한 일이 있었다. 블로그 챌린지 프로그램으로 주제를 정해 100일 동안 하루에 하나의 글을 게시하는 것이었다.

정해놓은 주제는 맥주 시음이었다. 쏟아져 나오는 국산맥주와 수입맥주 중 트렌드를 따라가며 마셔보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었다. 어제로 100일 동안 하루를 빼먹고 99개의 포스팅을 마쳤으니 맥주도 어지간히 마신 셈이다.

그 중에는 아주 특별한 맥주가 몇몇 있었다. 특히 지난해 ‘수제맥주산업발전협의회’를 발족시킨 대구 입장에서 참고할 만한 맥주들이다. 수제맥주산업발전협의회는 대구의 수제맥주 산업 활성화와 저변확대, 이를 통한 대구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지난해 7월 창립총회를 열었다. 이어 9월 발대식을 개최하고 수제맥주 양조장과 관련 업체, 대학 등 학계·연구기관에서 참여해 수제맥주 산업화를 위해 공동노력하기로 한 바 있다.

눈여겨 본 맥주 중 첫 번째는 ‘샌디에고 페일에일 3할9푼4리(SAN DIEGO pale ale .394)’이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팀인 샌디에고 파드리스는 야구에 관심있는 한국인에게 낯설지 않은 팀이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구단으로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를 연고지로 한다. 1976년 사이영상을 수상한 투수 랜디 존스(Randy Jones)와 타격왕을 8차례나 차지한 타자 토니 그윈(Tony Gwynn)이 이 팀의 스타플레이어였다. 그보다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자존심이었던 박찬호 선수가 2005년 하반기 메이저리그 세 번째 팀으로 잠시 이적을 해 2년 동안 몸담았던 구단이기도 하다

2014년 초 샌디에고 파드리스의 토니 그윈 사업팀이 이 지역 크래프트 맥주양조장 에일 스미스를 찾았다. 그들은 야구의 전설인 토니 그윈을 위한 독특한 맥주를 만들고 싶어 했다.

첫 만남 이후 야구팀인 ‘샌디에고 파드리스’와 양조장인 ‘에일 스미스’ 간의 몇 차례에 걸친 회의가 이어진 끝에 새로운 맥주가 탄생했다. 물론 토니 그윈이 평소에 좋아하던 페일에일 종류였다. 맥주이름도 ‘샌디에고 페일에일 3할9푼4리(SAN DIEGO pale ale .394)’로 지었다. 3할9푼4리(.394)는 토니 그윈이 1994년 달성한 타율이다.

두 번째로 흥미를 가졌던 맥주는 ‘어얼리 버드 콜드 브루 밀크 스타우트(Early Bird Cold brew Milk Stout)’다. 이 맥주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에 있는 두 업체 ‘버드락 커피 로스터스’와 ‘코로나도 양조장’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버드락의 로스팅한 콜드 브루 커피를 맥주양조과정에 넣어 잘 볶은 커피 향이 가득한 흑맥주이다.

알콜도수가 5.5%로 낮지 않음에도 마셔보면 맥주라기보다는 커피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아침식사와 함께 마시라는 양조장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두 종류의 맥주를 마시며 드는 생각은 역시 미국은(샌디에고는) 야구의 나라이자(도시이자) 맥주의 나라(도시), 커피의 나라(도시)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야구와 맥주, 커피와 맥주를 콜라보 시켰는지 놀라울 뿐이다.

하지만, 야구와 커피라면 대구도 빠질 수 없는 도시 아닌가. 고교야구 명문이 즐비하고 이승엽, 양준혁, 이만수 등등 대구가 배출해낸 야구스타만 해도 넘칠 정도다.

커피도 대구를 대표한다. 인구 대비 커피전문점 숫자가 가장 많은 도시가 대구이다. 카페거리만 해도 6개나 형성되어 있어 전국에서 카페투어를 올 정도다. 지역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구 역시 야구와 맥주, 커피와 맥주의 협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미국 샌디에고를 벤치마킹하면 어쩌면 대구의 수제맥주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지름길을 찾을 수도 있겠다 싶다. 더군다나 대구의 경우는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한 수제맥주 양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매년 대구를 대표하는 맥주가 없이 대구치맥페스티벌을 치르는 것도 모양새가 아니다. 올해는 ‘3할 9푼 4리’처럼 야구도시 대구를 상징하는 맥주, 지역 로스터리 카페와 콜라보한 맥주가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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