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대

변호사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하자 미국은 중국에 홍콩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홍콩에 대해 일국 양제 원칙을 위반하여 내지화(內地化) 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소련과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의 개방정책을 추구해왔다. 1971년 중국이 미국의 탁구선수단을 초청함으로써 유명한 핑퐁외교가 시작되고 1972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였다. 1976년 마오저뚱 사후 덩샤오핑에 의해 개방개혁이 본격화되었고 미국은 중국에 대해 경제포용정책을 펴 중국의 개방을 지원하여 왔다.

미국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적극적으로 도운 것은 중국이 자본주의 경제로 편입됨으로써 미국과 이익을 공유하는 민주국가가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개인숭배가 극으로 치닫은 마오저뚱이 1976년 사망한 이후 등소평 중심의 집단지도체제가 유지되었다. 화궈펑, 후야오방, 자오쯔양, 장쩌민, 후진타오로 중국공산당 총서기 자리의 교체가 이어지면서 정치지도자에 대한 개인숭배가 사라지는 분위기였다. 중국의 사회주의 정치지도체제가 중국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힘입어 점차 자유민주적인 정치체제로 변화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후진타오가 국가 주석 임기제한인 10년에 맞춰 2013년 시진핑에게 국가 주석 자리를 물러준 이후 양상이 달라졌다. 시진핑은 중국몽을 내세우면서 군사력을 강화하였다. 2018년 국가 주석 임기제한을 철폐하고 자신의 입지를 다지면서 장기집권에 나섰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과 이익을 공유하는 민주적인 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대립하는 거대한 사회주의 패권국가가 된 것이 아닌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닉슨은 이미 1994년에 중국에 대해 미국의 경제적 포용정책이 “우리가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 낸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중국 개방의 물꼬를 튼 덩샤오핑은 중국은 완전히 굴기할 때까지 그것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미국에 맞서지 말아야 한다는 유훈을 남겼다. 덩샤오핑은 그의 흑묘백묘론에서 나타나듯이 이념보다 실용을 중시하는 정치인이다.

덩샤오핑이 미국에 맞서지 말라고 유훈을 내린 것은 미국과 정면대결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국력이 중국보다 월등히 낫다는 현실적인 인식을 전제되어 있다. 등소평이 사망한지 24년 정도 경과했다.

중국의 국력이 상당히 신장되었다고 하지만 중국의 힘은 인해(人海) 에서 나오는 것으로 미국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따라갈 수 없다. 중국 증시 시가 총액이 미국 증시의 시가 총액의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을 보더라도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덩샤오핑의 유훈에는 경제발전을 국가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외에 마르크스레닌주의 및 마오저뚱 사상, 사회주의 노선, 인민민주독재, 공산당 영도 등 4대 노선으로 표현되는 사회주의 정치 체제를 고수하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중국 정치지도부가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한 것은 경제발전에 따른 인민의 자유민주정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치지도부는 지금 중국이 대만, 북핵, 무역, 홍콩 등의 문제에 미국에 사사건건 끌려 다니면 오히려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 붕괴 위험이 높아지고 중국은 미국의 제재와 공격에 그 어느 때보다 중국은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고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구축하는 시기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 계속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공산주의 일당독재의 사회주의 정치제도라는 투 트랙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국 국민들이 마우저뚱과 시진핑을 숭배한다고 해서 또한 드러내고 사회주의 정치제도의 변화를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해서 마오저뚱 시대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14억 중국 국민은 늘 거대한 국가권력과 마주해왔다. 그들은 체제에 순응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 3권에는 “중국인들은 온 천지가 소용돌이에 휩싸여도 납작 업드려만 있으면 결국은 끝날 날이 온다며 낙관적이다. 적응력도 뛰어나다.”, “변화가 닥치면 신념은 일단 접어두는 경우가 많다. 내노라하는 혁명가나 직업정치가들도 마찬가지다.”, “개인숭배가 습관이 된 국민”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 사회주의 이념으로 포장한 전제 국가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특히 중국의 지배 계층의 사고는 과거 황제 시대의 지배계층의 사고와 그다지 다를 것이 없는 것 같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조선시대 사대부 지배계층은 모화사상(慕華思想)에 빠져 중국을 철저하게 떠받들었다. 이 소국 열등감은 좌파들의 사회주의 열등감과 함께 이 나라 정치지도자들에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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