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혹시 우리 동네에서도?”…아파트 주민과 경비원의 불편한 동거

삭막한 사회적 분위기에 입주민과 경비원 서로 조심하는 입장
주민, 갑질논란 우려에 거리두기…경비원은 ‘일하는 사람’ 인식
규정 외 업무 지시없이는 안하는 경비, 멀어지는 주민 관계 느껴져

25일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 모습.


최근 서울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해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가 구속되면서 대구지역 아파트 입주민과 경비원 간의 관계도 점차 불편해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입주민과 경비원은 오직 아파트 내에서 정해놓은 규정대로 생활하고 업무를 수행할 뿐 서로 정을 나누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고, 점차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행동을 조심하는 서먹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요즘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경비원과 대화조차 나누기 힘들고 그저 업무적인 관계에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오해받을 행동으로 갑질 논란에 휩싸일 우려를 걱정하며 업무적 선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경비원을 대하겠다는 주민들이 많았다.

경비원은 말 그대로 “우리 아파트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인식할 뿐 상호 소통하는 인간적인 미덕은 사라지고 있는 셈.

달서구 용산동의 한 아파트에서 20년째 살고 있다는 박(34·여)씨는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주민과 경비원간 관계가 친밀할 수 있는데 근래 관련 사건이 계속 발생하면서 서먹해지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서로 주고받던 안부 인사가 점점 짧아지고 경비실에 택배를 받으러 가면서 고마움의 음식 하나도 전달하기 부담스러워졌다”고 전했다.

이러한 불편함은 경비원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규정 이외의 행동을 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하기에 자발적인 행동은 자제하는 추세다.

주차·환경 관리, 택배 받기, 분리수거 등 기본 업무만 이행할 뿐 다른 문제가 발생해도 지시 없이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게 경비원들의 한목소리다.

평소 친하게 지냈던 주민의 편의를 위해 도움을 주기도 했으나 점점 거리를 두는 아파트 주민을 보며 마냥 친절을 베풀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북구 아파트에서 경비 업무를 5년째 하고 있다는 임(67)씨는 “경비 업계에서 일해온 지 10여 년이 됐는데 시간이 갈수록 관계가 삭막해지고 특히 근래 이러한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요즘은 아파트의 경비 업무가 명확하고 구조상 서로 접촉할 일이 크지 않다. 앞으로 주민과 경비 사이는 더욱 업무적인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kj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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