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신호등과 속도 제한 등으로 도심 곳곳 교통 혼잡 빚어||전문가들, 사람이 먼저인 교

▲ 27일 오전 8시30분 대구 중구 동인초등학교 앞 스쿨존의 모습. 도로는 출근차량과 학부모 차량 등이 몰려 극심한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 27일 오전 8시30분 대구 중구 동인초등학교 앞 스쿨존의 모습. 도로는 출근차량과 학부모 차량 등이 몰려 극심한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직장인 우민석(35·남구)씨는 최근 출·퇴근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평소 자가용으로 40분이면 넉넉하던 출근길이 부쩍 늘어난 신호등과 과속 카메라 탓에 극심한 교통 정체를 겪으며 1시간 가까이 걸리고 있는 것.



우씨는 “‘민식이법’의 영향인지 최근 학교 인근 도로만 지나가면 차가 멈춰서는 기분”이라며 “10년 넘게 이어오던 출근길을 다른길로 바꿀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의 교통안전을 위한 ‘스쿨존’이 도심의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민식이법’ 시행으로 인해 대구지역 스쿨존에 신호등 설치와 과속카메라 단속, 30㎞ 서행 등의 의무화로 이를 지키려는 차량들로 인해 대구 출·퇴근 시간 교통이 큰 혼란을 빚고 있는 것.



27일 오전 8시30분, 대구 중구 동인초등학교 앞.



학교 정문과 맞닿아 있는 왕복 6차선 국채보상로는 출근 차량들과 학생들을 태워온 학부모 차량들이 뒤엉켜 교통 혼잡이 빚어지고 있었다.



가뜩이나 차량 통행과 신호등이 많은 도심 진입로에 학교 앞 속도 제한까지 걸리며, 평소 같으면 한 번에 통과했을 구간을 3~4번씩 신호가 걸린 다음에야 통과할 수 있다.



직장인 최지훈(36)씨는 “평소에도 혼잡한 곳이었지만 스쿨존 지정 후에는 교통 체증현상이 심해져 아예 이곳을 피해 다니게 됐다”며 “스쿨존에서 허비한 내 시간은 누가 보상해 주냐”며 하소연했다.



최근 ‘민식이법’이 시행되며 도심 곳곳에 지정된 스쿨존이 주변 도로 환경과 맞물려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지역의 스쿨존은 현재 783곳이며,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스쿨존은 보호구역 지정대상 시설의 주 출입문을 기준으로 반경 300m 이내의 도로다.



스쿨존으로 지정되면 신호등 설치와 과속 카메라 단속 등이 의무화 되며, 특히 차량 속도가 30㎞로 제한된다. 왕복 4차선 이상 대로의 제한 속도는 50㎞다.



문제는 골목길이나 왕복 2차로의 경우 차량 속도 제한을 준수하는 데 큰 무리가 없지만, 왕복 4차로 이상의 간선도로의 경우 이를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은 것.



특히 신천대로나 앞산순환로, 달구벌대로 등 대구의 주요 간선도로 일부 구간에도 스쿨존이 포함돼 운전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적응 과정이라며 어린이보호와 교통정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유수재 교수는 “과거 대로변 등에 건립된 학교들이 ‘민식이법’ 개정과 맞물려 간선도로의 기능을 상실하는 부작용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일부 불합리한 부분도 있지만,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는 ‘필요한 불편’이라고 생각한다. 도로에서는 ‘느림’이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국민들이 잘 적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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