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인근 주민 사고 대비용 2만9천720세트 제공 논란

▲ 경주시가 원전 인근지역 주민들의 사고에 대비해 비치하고 있던 방호장구를 지난 3월 대구시와 경북도내 일부 시·군에 지원하기 위해 트럭에 싣고 있다.
▲ 경주시가 원전 인근지역 주민들의 사고에 대비해 비치하고 있던 방호장구를 지난 3월 대구시와 경북도내 일부 시·군에 지원하기 위해 트럭에 싣고 있다.
경주시가 일본 자매도시에 지원한 코로나19 방역 물품이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대비 비치해 둔 주민들의 방호 장구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경주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일본 자매도시 나라시 등에 방호 장구를 지난 17일 긴급 지원했다. 이에 경주시민이 청와대 게시판에 주낙영 경주시장 해임을 건의하는 국민청원(본보 25일 10면 보도)을 접수하는 등 전국에서 경주시장과 경주시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경주시는 이에 앞서 대구시와 경산, 안동, 구미, 봉화, 칠곡, 의성군과 생활치료센터 등에 2만5천820세트의 방호 장구를 지원했다. 일본에 지원한 3천900세트를 더하면 모두 2만9천720세트를 지원한 셈이다.

하지만 이 방호 장구가 경주 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민들의 만약에 사고에 대비한 생명보호 장비인 것으로 알려져 원성을 사고 있다.

경주시는 원자력발전소와 연접한 반경 28㎞ 이내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 5만8천여 명에 대한 방호 장구 5만8천860세트를 읍·면·동별 마을회관에 비치하고 있다.

경주시가 코로나19 사태로 타지역에 지원한 2만9천720세트의 방호 장구는 원전 반경 10㎞ 이상 지역에 보관하고 있던 장비다. 만약 원전사고가 발생하면 원전 인근에 거주하는 2만9천여 명의 시민은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경주지역 일부 시민들은 “원자력발전소 옆에 살고 있는 주민 안전을 위해 비치하고 있는 생명보호 장비를 경주시장이 일방적으로 일본에 지원한 것은 시민들의 안전을 가볍게 생각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 “원전 사고는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고, 방호 장구는 마스크와 장갑, 덧신, 방호복으로 구성된 생명을 지키는 비상 대책”이라며 “당장 대체 구입할 예산도 확보하지 않은 채 장비를 지원한다는 것은 시민 안전에 대한 경주시장의 생각을 의심하게 한다”고 우려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할 때 경북도의 지침에 따라 비치하고 있던 방호 장구를 대구시와 도내 시·군, 생활치료센터 등에 지원했다”면서 “지원한 수량만큼 추경에 예산을 확보해 방호 장구를 구매해 비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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