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5월 초 황금연휴 직후 터져 나온 이태원클럽발 집단감염 소식으로 다시 경계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클럽을 찾았던 잘못 때문인지 클럽 방문자 중 일부는 진단검사에도, 방역당국의 연락에도 응하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확진된 일부 방문자의 경우 역학조사에서 거짓말을 하거나 이동경로를 숨겨 감염병 차단에 차질을 빚게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지금이라도 빨리 진단검사를 받는 게 최선의 선택임에도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이 수천 명에 달한다니 그저 걱정스럽고 다만 운이 따라 큰 탈 없이 시간이 흘러가길 바랄 따름이다.

이태원클럽 집단감염 과정에서 드러난 기막힌 일 중 하나가 확진판정을 받은 20대 학원강사의 ‘거짓말’이었다. 수학 강사인 그는 5월2일 새벽 서울 이태원 일대 클럽을 찾았다가, 6일 출근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강의했다고 한다. 6일은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공개된 날이었다.

9일 확진판정을 받은 그는 또 역학조사에서는 직업을 속이고 전염병 차단에 가장 중요한 이동경로를 거짓으로 진술했다. 그것도 나중에 경찰조사를 통해서 들통난 것이었다. 그가 거짓말을 하고 멋대로 행동하는 사이 그의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과 그 학부모, 동료 강사 등 수십 명이 감염됐고, 게다가 그중 학생 두 명이 감염 사실을 모른 채 교회 예배에 참석한 것이 확인됐다. 한 사람의 거짓말이 교회 신도를 비롯해 1천700여 명이 진단검사를 받아야 할 정도로 사태를 부풀린 것이다.

해당 지자체는 유사 사례 발생을 막기 위해 관련법에 따라 그 학원강사를 고발한다고 한다. 그러나 일이 이미 다 크게 벌어진 다음의 조치였다. 이 사건은 파장이 컸던 만큼 SNS나 온라인에서는 그의 개인 신상과 거짓말 이유 등을 두고 온갖 뒷얘기들이 떠돌기도 했다.

거짓말과 관련한 재미있는 글을 본 게 있어 소개한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세 부류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거짓말을 만드는 부류로, 이들은 힘센 사람들이라서 원하는 목적을 얻으려는 방편으로 종종 거짓말을 이용한다. 둘째 부류는 거짓말을 퍼뜨리는 사람들로, 이편저편을 기웃거리는 기회주의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는 거짓말을 용납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참, 거짓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지가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이태원클럽 집단감염에서는 또 성 소수자들의 ‘숨기’ 행동이 논란거리가 됐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태원 클럽 중 몇몇 업소가 성 소수자들이 출입하는 곳으로 알려지고, 또 진단검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자 중 연락이 닿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보도가 나오자, SNS와 온라인에서는 그 업소와 성 소수자들을 비하하고 욕하는 이들과 다름을 비난해선 안 된다는 이들 간에 논쟁이 벌어졌다.

이를 의식한 듯 방역당국은 정례브리핑에서 “차별과 배제는 공동체 정신을 훼손할 뿐 아니라 코로나19 감염을 드러낼 수 없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결국 방역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또 익명 검사제를 도입해 이들의 진단검사를 유도했다.

근래 사회, 경제 현상을 설명하면서 자주 등장하는 이론 중에 ‘미니멈의 법칙’이란 게 있다. 아무리 단단하게 만든 쇠사슬이라도 결국 그 전체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가 결정한다는 설명으로 더 알려진 이론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공동체의 약한 고리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 생생하게 보고 있다. 한 사람의 일탈로, 공동체 모두가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됐고, 또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이 모두에게, 결국 자신에게도 위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도 경험하고 있다.

그뿐인가. 위기에 맞닥뜨린 경제 약자들의 삶을 그냥 내버려 두면, 그게 결국 공동체 전체의 위기로 이어져 그 피해는 모두가 함께 겪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깨닫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국가라는 공동체의 약한 고리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나마 시련과 고통에서 위안이라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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