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방역 전환하자마자 성소수자 클럽서 집단감염 발생||강제 ‘아웃팅’ 무서워 음지로, 제2

▲ 최근 성소수자들이 모이는 클럽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온라인상에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비난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성소수자 혐오 글.
▲ 최근 성소수자들이 모이는 클럽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온라인상에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비난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성소수자 혐오 글.




최근 서울 이태원의 유흥가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가운데 온라인에서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용인 66번’ 확진자가 성소수자들이 방문하는 클럽 등을 다녀간 것이 화근이 됐다.

이에 온라인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에 대한 혐오와 비난이 방역당국의 역학조사를 힘들게 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제2의 신천지 사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용인 66번’ 확진자의 여러 동선 중, 세간의 관심은 그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날 새벽 이태원에 위치한 여러 클럽을 방문했다는 점에 집중됐다.



A씨는 클럽을 방문한 2일부터 체온이 39℃로 올랐고, 설사 등의 증상이 발현됐다. 접촉자는 7천여 명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A씨가 다녀간 클럽이 성소수자들이 모이는 클럽이라는 것이 알려진 후 성소수자에게 불똥이 튀게 됐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성소수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OO들은 죽어버렸으면’, ‘OO들을 이 기회에 추방시키자’ 등 성소수자들에 대한 원색적인 혐오 글들이 가득했다.



비난의 대상이 마스크 미착용이나 다중이용시설 방역 허술이 아닌 본질과는 동떨어진 대상으로 쏠린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방역당국은 이들에 대한 비난과 혐오로 인해 역학조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이 ‘아웃팅’(동성애 등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되는 것이 두려워 방역당국에 협조하지 않고 음지로 숨을 수도 있기 때문.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확진자의 성적지향을 공개하고 질병과 아무 상관없는 정보를 캐내 비난의 도구로 삼는 것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소수자 혐오에 질병에 대한 낙인을 더하는 것“이라며 ”혐오를 바탕으로 여론을 선동하는 것은 질병을 음지화 할 뿐, 예방과 방역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재난 등 위기상황에서 되풀이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라고 지적한다.



영남대 사회학과 허창덕 교수는 ”지금은 성소수자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할 시기가 아니라 감염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적 논의와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미 신천지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사회가 현명하게 대처해 이들을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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