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전반에 퍼진 비대면 확산 현상에 대응할 방안 마련 절실

▲ 인디밴드 ‘카노’의 보컬 송미해 씨가 봄의 아름다움을 진한 감성으로 노래한다.
▲ 인디밴드 ‘카노’의 보컬 송미해 씨가 봄의 아름다움을 진한 감성으로 노래한다.
‘밴드 카노의 보컬 송미해 씨가 봄의 아름다움을 진한 감성으로 노래한다. 화려한 조명 아래 많은 사람들이 모인 대중 공연 무대가 아니라 바로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나만의 공연이다. 보컬의 섬세한 음색과 잘 어우러지는 밴드 카노의 음악이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

2024년 봄 날. 30대 중반의 주부 김민정 씨가 VR(가상현실) 헤드셋으로 요즘 가장 핫 하다는 밴드 카노의 ‘VR공연’을 집에서 감상하고 있는 풍경이다.

코로나가 지구촌을 휩쓸고 지나간 이후 김씨의 모든 삶도 바꿔 놓았다. 주말이면 가족 나들이 삼아 찾던 집 근처 영화관도 이젠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서비스를 더 자주 이용한다. 스포츠 마니아인 남편도 경기를 보고 싶을 때는 유튜브를 연결한 대화면 TV로 지난 경기를 한꺼번에 모아서 본다.

김씨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을 직접 관람하는 게 아무래도 생동감은 더 있겠지만 온라인 공연이 전해주는 즐거움도 현장 직관 못지않게 감동적”이라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문화예술계의 미래 시계가 빨라졌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온라인 공간에는 문화예술 콘텐츠들이 훨씬 풍부해졌고, 가상현실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더 이상 사람들을 한 공간에 모으지 않고도 현장의 감동을 생상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 코로나19는 문화예술계를 온라인 안으로 불러 들였다. 사진은 ‘노래하는 가야금 놀다가’의 온라인 공연장면
▲ 코로나19는 문화예술계를 온라인 안으로 불러 들였다. 사진은 ‘노래하는 가야금 놀다가’의 온라인 공연장면
◇코로나가 불러온 언택트 문화…온라인으로 눈 돌린 문화계

코로나19 사태가 문화계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문화계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곳이다. 영화, 연극, 콘서트 등 장르를 불문하고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관련업계는 고사 직전까지 몰렸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문화계는 온라인 공연으로 눈을 돌렸고, 방구석 1열로 불리는 새로운 공연문화를 만들어 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던 지난 3월 초, 그 당시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 공연채널을 열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애쓰는 의료진을 응원하고 사회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메시지를 담은 공연이다.

당초 2주간 진행할 예정이었던 공연은 기대이상의 호응을 얻어 연장하기도 했다. 비대면 ‘언택트문화’가 자리 잡고, IT기기 사용에 익숙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언제든 편하게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이 관객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이는 매력으로 작용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오페라도 온라인채널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공식 유튜브채널 ‘오페라떼’를 개설해 일반시민들과 접촉에 나섰다. ‘오페라떼’는 오페라가 가진 지루하고 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신선한 컨텐츠를 담아내 개설한 지 달포 만에 700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으는 등 빠르게 자리 잡았다.

▲ 미술계도 온라인을 통한 전시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대구미술관의 소장품100선
▲ 미술계도 온라인을 통한 전시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대구미술관의 소장품100선
비대면 온라인채널 개설은 지역미술계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대구미술관은 관장이 직접 출연해 전시작품에 얽힌 이야기나 작품을 감상하는 법 등을 설명하는 1~2분짜리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이인성 화가의 ‘사과나무’, 토니크랙의 작품 ‘관점’같은 작품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영상이 최근 스트리밍 됐다.

영화관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법은 좀 더 특별하다.

두 달 가량 극장 문까지 닫았던 지역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그 기간 동안 강력한 경쟁자를 마주하게 됐다. 극장이 문을 닫은 동안 영화에 목마른 사람들은 자연스레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 유명 스트리밍서비스를 찾았다. 안방에서 편하게 원하는 영화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볼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이들 글로벌 스트리밍서비스 채널 가입자는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상황이 급변한 영화관은 살아남기 위한 고민도 깊어졌다. 상영 작품만큼이나 운영방식도 중요해져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은 관객들이 아예 극장 직원과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 비대면 방식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티켓 구입과 식음료 주문은 물론 좌석 확인까지 모두 가능한 언택트 서비스를 속속 도입키로 한 것이다.

◇위기? 오히려 기회가 왔다.

송미해 씨가 보컬로 활동하는 밴드 카노는 대구지역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다.

좋은 노랫말을 써도 자금력이나 마케팅 능력이 대형기획사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인디밴드를 알릴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성장한 온라인 공연은 실력을 겸비한 인디밴드를 비롯한 강소 문화 창작자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 지역 문화계도 코로나 이후의 문화계 대변화에 발빠르게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지역 문화계도 코로나 이후의 문화계 대변화에 발빠르게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회적기업 ‘컬처팩토리 아지트’ 최남욱 대표는 “코로나가 휩쓸고 간 이후 공연계 전반에 퍼진 언택트 문화가 오히려 인디 문화를 활성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문화계 전반적으로 위기인건 맞지만 대중적이고 접근하기 쉬운 유튜브 채널 같은 동영상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지역 문화예술계도 다가올 변화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톡톡지역문화연구소 박창원 소장은 “14세기 유럽을 덮친 흑사병이 르네상스를 불러왔던 것처럼 이번 코로나 사태가 문화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면서 “지역문화예술계도 코로나 이후 닥칠 가보지 않은 세상에 대비하기 위해 장르에 상관없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충고했다.

한국예총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까지 취소되거나 연기된 문화예술행사가 전국적으로 2천500여 건에 금액으로 520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문화 예술계가 초토화 된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휩쓸고 간 지역 문화예술계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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