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벌써 포스트 코로나19(post COVID-19)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난무하다. 너무 빠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모두가 불안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할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해보니 그리 납득하기 어려운 일도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위기극복에 집중해야 할 때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어서 이런 논의들이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은 아닐까 염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 세계 경제의 앞날에 대한 지금의 예언은 거의 재앙 수준이어서 대공황 수준의 불황이 닥칠 것이라는 예상은 오히려 낙관적으로 들릴 정도로 너무 염려스럽다. 아무리 돈을 풀어도 경기회복은커녕 빚만 쌓인 채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전 세계가 일본화(Japanification)될 것이라는 예언이 대표적이다. 이제 탈글로벌화(Deglobalization)가 진행될 것이 분명한데, 자국 내 수요로 충분히 국가 운영이 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은 외수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입장에서는 거의 절망적인 수준의 예측이다.

이처럼 포스트 코로나19와 관련된 예언들 중에는 지금 당장 그렇게 되리라 확신할 수 있는 예언들이 많지는 않지만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들도 있다. 그 중에서도 코로나19 사태로 거대 정부의 등장이 불가피하고 포퓰리즘이 득세할 것이라는 예언은 지금 우리 경제 현실과 대부분 일치한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자아낼 수 밖에 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거대 정부는 이미 대세다. IMF에 따르면 WHO(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인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한 지 채 1달도 지나지 않아 세계 각국은 GDP의 6% 가까운 재정을 경기부양을 위해 쏟아 부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1차 추경은 11조7천억 원, 2차 추경은 7조6천 억 원으로 심의 중이지만, 1~2차 추경 규모만 하더라도 2019년 기준 명목 GDP의 1%에 달한다. 여기에 3차 추경이 기다리고 있어서 거대 정부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여당의 총선 압승은 이런 전망을 더 확실히 하게 한다.

더 큰 걱정은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정책당국과 거대 여당이 포퓰리즘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 극복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편향된 다수의 대중이나 통계 등의 증거를 이용해 비과학적인 정책의사결정을 함으로써 위기 극복은 가능할지 모르나 그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 사회에 남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과정에서 뜻을 달리하는 소수의 야당과 국민의 의사가 무시당하면서 최소한의 견제 장치도 작동하지 않아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는 등 또 다른 위기를 잉태할 수도 있다. 만에 하나 지금 당장의 위기만 극복하면 된다는 만연된 분위기에 최고 의사결정자들이 취한다면 위기가 지나 간 이후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탈진상태를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작고한 대통령학의 세계적 권위자 뉴스타트(Richard E. Neustadt) 교수는 그의 저서 ‘대통령의 권력’에서 대통령의 권력은 ‘설득하는 권력’이라며, ‘부츠를 신고 말에 걸터앉아 모든 결정을 내리는 대통령이라는 일반적인 이미지는 현실을 절반만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는 운동화를 신고, 말 발걸이를 든 채 각 부처의 장관이나 상원과 하원에 속하는 의원들에게 말에 오를 것을 권하는 마부에 가깝다’고 했다. 이러한 지적은 비단 국정 최고의사결정 책임자와 정책 당국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또 다른 권력기관인 의회는 물론 절대 다수인 여당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사회적 갈등으로 또 다른 위기를 맞지 않으려면 소수의견에 대한 존중과 타협, 함께 할 수 있는 동력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더더욱 최고 의사 결정 책임자와 절대 다수인 여당이 앞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보여줄 설득의 힘을 기대하는 것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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