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속에 치러진 21대 총선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예상을 뛰어넘는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국민들은 당면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권 심판’보다는 ‘국정 안정’ 쪽을 선택했다.

그러나 코로나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TK(대구·경북) 지역민들은 현 정부의 대처 미흡과 경제 실정, 미숙한 대외관계, 북핵 문제 등에 불안을 느껴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에 몰표를 보냈다.

무엇이 이런 결과를 낳았을까. 전통적으로 보수성이 강한 지역의 정치성향이 원인의 전부는 아니다. 그간의 독단적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지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탓이 크다. 정부·여당이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통상 대통령선거 다음에 실시되는 총선은 정권의 실정을 심판하는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그러한 판단이 유보된 것으로 봐야 한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위기감이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삼켜버린 때문이다.

이제 TK 정치권은 통합당 중심의 보수 일색(홍준표 당선자만 친보수 무소속)으로 돌아가게 됐다. 1985년 이후 민주당계 지역구 당선자가 없는 19대 국회 이전 상황으로 원위치한 것이다. 지역의 고민과 숙원을 정부·여당에 전달할 정치권 루트가 끊어졌다.

지역 이익을 위해 여야가 경쟁하면서 좋은 정책을 발굴할 수있는 정치 지형이 깨진 것이다. 중앙정부를 설득해 지역배정 국비를 늘리고 대형 국책사업을 유치할 수 있는 루트도 단절됐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번 총선을 기회로 정부·여당은 소득주도 성장, 보편적 복지, 탈원전 등 반발이 거셌던 정책의 운영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 설치 등을 중심으로 한 검찰 개혁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등도 변함없이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은 이제 개헌을 제외한 모든 법안을 사실상 마음먹은 대로 처리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됐다. TK 정치권은 거기에 맞서는 중심 세력이다. 정치환경이 급변했다. 구태의연한 전략으로는 안된다. TK 당선자들은 보수 혁신의 선봉에 서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좌표와 진로 재정립에 나설 때다.

다른 지역에서는 무엇 때문에 보수와 통합당을 외면했는지 뼈아프게 묻고 자성해야 한다. 또 지역민들이 통합당 이름만 보고 찍어준 배경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통합당이 지금까지 잘 해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거는 끝났다. 보수와 진보의 견제와 균형이 어떻게 유지되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국정 안정을 위해 정부·여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선은 너그러워져야 한다. 또 성과에 목말라 조급해 하면 안된다.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최우선하는 품이 너른 정치를 하기 바란다. 민심이 돌아서는 것은 한순간이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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