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최근 가장 반가운 소식은 누가 뭐라해도 역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규모가 점차 하향 안정화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나타난 정책당국의 대응에 대해서는 다양한 비판이 있긴 하지만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여전히 최고 수준의 위기의식을 보여 참 다행이다.

그런데 주요 선진국들의 사정은 우리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참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만 60만 명을 훌쩍 넘었고, 사망자 수도 2만 명을 넘은 미국의 대혼돈은 진행 중이다. ‘전시의 대통령’이라 자칭하며 이번 사태의 조기종결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나 WHO(세계보건기구) 등 연일 남 탓하기에 바쁘고 급기야 백악관 내 전문가는 물론 주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등 자신을 향한 비난을 회피하기에 급급하다. 그 결과 어느 때보다 비판 여론이 강해졌고 오는 11월에 있을 대선마저 패배한다면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판이다.

이제 곧 1만 명의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본격 확산되고 있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방역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천 마스크 2장씩을 배포하겠다고 해서 아베노마스크라 조롱받는 마스크대책, 정치적 욕심의 결과로 밖에 볼 수 없는 긴급사태선언 지연, 사회적 거리두기를 마치 휴가인양 치부하는 아베총리 및 내각의 태도 등 실정의 연속이다. 그 결과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아베 내각의 조기 총사퇴론마저 대두되는 등 얼마전만 하더라도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쳐 아베노믹스의 성과를 최대한 끌어올림으로써 내년 9월 임기종료와 함께 아름다운 퇴장을 하려던 아베총리의 부푼 꿈은 이제 물거품 속으로 사라졌다.

이게 정말 우리가 과거에 알았던 미국과 일본의 모습일까 한탄스러울 지경이지만 사실이다. 양국 지도자들 모두 지금은 전시와 동일한 상황이고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범국민적 위기극복 노력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면서 정작 그들 스스로는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야 GDP의 10%든 20%든 아니면 그 이상이든 아무리 돈을 찍어내고 풀어봐야 의도한만큼 빨리 시장이 안정화되고 경기가 회복될 리가 없다. 막말로 전시보다 더할 정도로 국민과 시장이 희생되어 가고 있는 절박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어도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전망이 만연한데 지도자의 리더십이 이래서야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역사적으로 볼 때 위기 시 리더십을 바꾸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지만, 바뀐 경우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대립하는 다수 야당 인사들까지 포함시켜 거국일치내각을 만든 위기 리더십은 지금도 귀감이 된다.

특히 ‘과연 우리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는 다면 나는 한마디로 답하겠다. 승리라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승리할 것, 어떤 공포가 기다리더라도 싸워 승리할 것, 그 길이 아무리 길고 험하더라도 승리할 것. 승리없이 생존할 길이 없다는 것’이라며 거국일치내각에 대한 의회의 지지를 호소했던, 1940년 5월 13일 영국 서민원(지금의 하원) 연설은 그의 위기 리더십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위기 극복을 위한 정치적 추동력을 얻기 위해 ‘피와 노고와 눈물과 땀을 제외하고 내가 바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자신의 희생을 전제로 서로 대립하던 정당이나 의원들을 설득하고,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었던 전시 하의 의회를 움직일 수 있었다는 점은 지금도 높이 평가된다.

국내 코로나19 사태는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남아있다. 더군다나, 최근 발표된 고용, 수출 등 경제지표는 이제 막 또 다른 위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어떤 위기가 우리 앞에 닥칠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처칠이 내놓기로 한 4가지 모두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쪼록 우리가 선택한 지도자들의 리더십 덕분에 큰 희생없이 위기에서 빠져나왔으면 한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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