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이사대우

21대 총선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예상 외로 조용하다. 국민들은 여전히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지 궁금하고, 이전의 일상을 언제 되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더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니, 오히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이전의 일상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다른 데 쏟을 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의 유효성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단기간 내 시장이 스스로 정상화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지금으로서는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국민 모두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크고 적극적인 정부 및 공공부문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큰 것 같다. 즉 시장실패에 맞서 이겨 주길 바라는 기대에서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날로 악화되는 경기 때문에 경제적 피해를 입은 기업이나 가계에 대한 대응을 위한 추경 편성이나 메마른 시중 자금줄을 확충하기 위한 한국은행을 비롯한 금융당국의 노력 등은 그 자체로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 노력들의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혹시나 정부 실패가 나타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어 염려스럽다.

무엇보다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 대응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책 추진 또는 실행 시스템 상의 문제들을 효율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긴급재난지원금만 하더라도 그렇다. 명분은 충분하고 당연히 지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책의 디테일에 대한 고민없이 섣부른 발표로 이런저런 불필요한 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벌써부터 지원자금 고갈 우려가 나오는 소상공인 지원책도 마찬가지다. 항공, 해운, 정유 등 날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들고 있는 국내 기간산업들에 대한 지원도 시급을 요하는데 정책은 이러한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총선을 맞은 특수한 상황이다. 후보자들은 위기 극복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정부는 아낌없이 주고 국민에게는 안심하고 쓰시라고 한다. 이들 입장에서는 가장 인기없는 선거 공약이 바로 공공서비스를 줄이고 증세를 해서 흑자 예산을 달성하겠다는 것과 기득권의 과도한 이익을 빼앗아 재분배하겠다는 것임을 잘 알고 있는데 굳이 이를 앞세울 필요는 없는 것이다.

주요 정당들의 공약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선거가 끝나면 막대한 재정 투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지만 터무니없는 공약이 아닌 이상 찬반은 있을 수 있지만 시비를 가리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은 제시된 공약들이 과연 불요불급한 것인지 필수불가결한 것인지 투표권자인 국민들은 제대로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은 반면 정부 입장에서는 정치적인 부담을 덜 수 있어 분명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칫 유혹에 빠지기도 쉬운 때라는 것이 문제다.

선거가 내포하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에는 정부 실패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더군다나 시간을 끌면 끌수록 사회적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질 뿐 정부 실패 가능성만 높이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사실도 있다. 이제 우리 모두는 코로나19가 미증유의 사태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한 수많은 비관적인 추측과 전망에 맞서 전력을 다해 싸워야 할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너무 도 잘 알게 되었다는 점 말이다.

이는 정책 당국 입장에서 보면 이제는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디테일에 문제가 없는 합리적 정책의사결정이라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뿐 아니라 가진 숨겨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바로 지금 모든 국민의 시선은 오롯이 우리 정책 당국을 향하고 있다. 아무쪼록 본질에 집중해 정부 스스로 위기의 씨앗을 심는 실수 만은 하지 않길 바란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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