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을 위한 문화체험 공간으로서의 역할

▲ 대구대 중앙박물관 3층에는 목양 박성삼의 작품과 유품, 수집품을 소장한 ‘현대 목칠공예전시관’이 들어와 있다.
▲ 대구대 중앙박물관 3층에는 목양 박성삼의 작품과 유품, 수집품을 소장한 ‘현대 목칠공예전시관’이 들어와 있다.
지난해 9월 대구대학교 중앙박물관(이하 중앙박물관)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중앙박물관 1층 로비층 약 130여 평 공간에 지역민을 위한 문화 전시 공간인 ‘성산복합문화공간(Seongsan Art&Culture Platform)’이 개관했다.

이동식 벽체를 이용해 공간을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도록 해 각종 미술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의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한 이 공간은 현재 지역사회의 열린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시물만 관람하는 박물관과는 차별화된 문화공간을 마련한 중앙박물관은 경북 경산시 진량읍 경산캠퍼스에 자리하고 있다. 성산홀 L(로비)층부터 2~3층 및 특수교육역사관 2층에 총 면적 5천500여㎡에 전시실과 수장고, 학예연구실 등을 갖추고 있고, 중앙박물관 동편으로는 1천700㎡규모의 야외 석조물 전시장인 돌비아공원이 들어와 있다.

중앙박물관은 1980년 대구 남구 대명동캠퍼스에 처음 문을 열었다. 이듬해 대학박물관 인가를 받은 후, 1993년 현재의 경산캠퍼스로 이전해 2000년 전문박물관으로 등록했다.

▲ 대구대 중앙박물관 현대목칠공예전시관 내부
▲ 대구대 중앙박물관 현대목칠공예전시관 내부
중앙박물관의 상설전시관은 △고고역사전시관 △현대목칠공예전시관 △대학역사전시관 △특수교육역사관 △야외전시장으로 구성된다.

고고역사전시관은 선사시대부터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고고·역사유물을 살펴볼 수 있는 ‘선사·삼국실’과 ‘고려·조선실’을 갖추고 있고, 현대 목칠공예전시관에는 한국 현대 목공예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목양박성삼기념실’과 ‘현대목칠공예전시실’로 구성된다. 또 대구대학교 반백 년의 발자취 및 국제교류 현황을 통해 학교의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는 대학역사전시관과 특수교육역사관도 갖추고 있다.

특이하게 중앙박물관 3층에 자리한 ‘현대 목칠공예전시관’에는 ‘한국 현대 목공예의 아버지’라 불리는 목양 박성삼 선생의 작품 159점과 유품 511점, 수집품 382점을 기증받아 소장하고 있다.

▲ 목양 박성삼 작품, 떡갈잎문양 탁자장, 1943년 조선미술전람회 출품작
▲ 목양 박성삼 작품, 떡갈잎문양 탁자장, 1943년 조선미술전람회 출품작
중앙박물관 황정숙 학예사는 “목양 선생은 양띠 해에 태어나 평생 나무와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스스로 호를 목양(木羊)이라 지었고, 한 평생을 목공예 외길을 걸었던 분”이라며 “2004년 중앙박물관은 목양 선생의 작품과 유품, 수집품을 기증받아 ‘목양 박성삼기념실’과 ‘현대 목칠공예전시실’로 구성된 ‘현대 목칠공예전시관’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중앙박물관 성산홀 2층 ‘고고역사전시관’에는 영주시 순흥면 읍내리에서 발굴된 벽화고분 모형관이 관람객을 맞는다. 읍내리 벽화고분은 사적 제313호로 삼국시대의 문화재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연구소와 대구대 합동 발굴단이 발굴·조사한 벽화고분으로 ‘기미(己未)’의 간지를 포함한 묵서명(墨書銘)이 남아있어 539년 축조된 신라고분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신라 영역에서 발견된 고구려계 벽화고분의 하나로 신라문화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 받고 있다.

▲ 대구대 중앙박물관 영주 순흥 읍내리 벽화고분 연도 입구 역사상
▲ 대구대 중앙박물관 영주 순흥 읍내리 벽화고분 연도 입구 역사상
현재 박물관에는 실물 크기로 재현한 무덤방을 꾸며 관람객들이 당시 무덤의 구조와 문양 요소를 상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삼국시대의 문화와 사상을 간접적으로 체험 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 특히 인기 있다는 게 박물관의 설명이다.

성산홀 1층 DU비젼관에는 특별한 유물 하나를 만날 수 있다. 조선인지묘(朝鮮人之墓)비라고 새겨진 기념비석이다. 이 기념비는 가슴 아픈 우리 근대사가 녹아있다. 2차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강제 징용돼 희생당한 5천여 명의 선열들을 위로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비석으로, 1976년 대구대 설립자인 고(故) 이영식 목사가 사이판 티니안섬에서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대구대 중앙박물관 조선인지묘
▲ 대구대 중앙박물관 조선인지묘
황정숙 학예사는 “이 기념비를 세운 나라는 피해국인 우리나라도, 가해국인 일본도 아닌 미국이다”며 “이 목사가 1970년대 중반 민간인 신분으로 기념비를 인수했고, 1977년 5천여 명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유해를 고국으로 모셔와 망향의 동산에 안치하고 그해 12월 티니안 섬에는 위령비를 세웠다”고 소개했다.

한편 중앙박물관은 지역민을 위한 문화체험 공간으로서도 활발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 ‘성산복합문화공간’ 개관과 함께 첫 기념 전시로 ‘우리 역사 속 다문화&우리 지역 속 다문화’ 특별전을 개최했다. 우리 인식 저변에 깔린 다문화에 대한 잘못된 이해, 편협한 사고를 새롭게 들여다보고자 기획한 전시로 약 8천400여 명이 다녀가 다문화에 대한 사고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는 게 박물관의 설명이다.

▲ 대구대 중앙박물관이 진행한 '길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 대구대 중앙박물관이 진행한 '길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또 전시와 연계해 ‘우리 지역 속 다문화’를 직접 탐방하는 ‘이방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대구 근대 골목길’ 답사도 진행했다.

아울러 박물관 소속 학예사의 재미있는 설명으로 전시를 깊이를 더해주는 ‘알고 보면 더 재미난 박물관, 우리 역사 속 다문화’, ‘모두 다: 多-문화랑 놀자’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추진해 지역 유치원, 초·중고생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황정숙 학예사는 “중앙박물관이 201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은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지역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데 최근 국비 사업으로도 선정됐다”며 “지역 최초로 스마트앱을 활용해 우수 박물관상을 수상 할 만큼 프로그램의 질이 높다는 평인데, 올해도 흥미롭고 창의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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