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대구·경북은 지역 내 확진자 확산 추세가 다소 진정되는 조짐을 보여 다행스럽긴 하지만, 전염병 사태의 영향으로 위축되기 시작한 지역경제 상황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악화하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역에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대구는 물론이고 경북 전역에서도 시도민들이 자발적으로 사실상 이동금지나 다름없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지가 벌써 한 달이 넘게 계속되면서 그 여파는 소비 업종뿐 아니라 제조업 등 경제 전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손님이 끊어진 식당가와 시장, 거리상가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대면 접촉을 꺼리고 피하는 분위기 탓에 보험·금융 등 업종을 불문하고 거의 전 분야의 경제 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또 초중고 학교까지 개학이 연기되는 초유의 상황에서 학원가 강사와 학교급식 관련 업체, 종사자 들까지 그 피해는 사실상 전 시·도민에게 미치고 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재난지원금을 나눠주기로 했다. 이는 취약계층의 생계 유지를 돕는 동시에 소비 진작을 통해 지역경제까지 살리자는 다목적용 정책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원 금액이 적고 대상자가 충분치 않다는 불만에다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전염병은 지역상권뿐 아니라 지역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계도 빈사 상태로 내몰고 있다. 특히 세계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전염병까지 덮친 탓에 기업들은 그 충격 강도를 더 크게 체감하고 있다.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시급한 이유이다.

대구의 주력 업종인 자동차부품이나 섬유 업체들의 경우, 이미 전염병으로 인해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한 피해를 입은 데다 최근에는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주요 거래국에서 전염병이 대규모로 확산하자 앞으로 거래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조업체 중에는 더 이상 버텨낼 여력이 없어 감원이나 휴직 등 구조조정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도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제조업체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지역의 연쇄 대량실업 사태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소기업 가운데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강제 휴직이나 임금 삭감, 근무 인원 축소 등을 하는 사례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정부에서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통해 이들 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지금과 같은 복합 위기 국면에서는 단기적 임시 대책이 될 뿐이라며 보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또 재원과 역량에 한계가 있는 지방정부가 나서 지역기업의 활로를 찾기에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는 것이다.

◆ 생계지원금, 지역경제 마중물 될까

지방정부의 긴급 생계자금이 4월부터 대구, 경북에 풀린다. 당장 한 푼이 아쉬운 서민들과 이 돈이 돌게 될 시장이나 식당 등의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게는 일단 한고비를 넘길 수 있는 단비가 될 전망이다.

대구시는 긴급 생계자금을 4월10일부터 가구원 수에 따라 가구당 50만 원~90만 원씩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대상은 3월30일 0시 기준 대구시에 주민등록을 둔 중위소득 100% 이하의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가구다. 정액형 선불카드와 상품권으로 지급되는 생계지원금은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사용 기한도 정해 놓아 빠르게 소진되도록 했다.

그러나 대구에서는 긴급생계지원금의 지급 시기와 사용처 제한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염병 사태로 수입이 끊긴 지원 대상자들에게 ‘신청 즉시 지급’ 방식을 도입해 최대한 서둘러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일용직 근로자, 자영업자 등 긴급생계비가 필요한 사람들의 상황이 다급한 데도 대구시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선불카드 지급 방식으로는 준비 기간이 필요해 시기를 더는 앞당길 수 없다고 해명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생계자금을 선불카드로 지급하는 이유는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에게 이 돈이 신속하게 돌게 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경제회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앞서 3월에 긴급생계비를 포함한 취약계층 지원자금으로 6천599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했다.

경북도도 재난긴급생활비 1천754억 원을 편성해 4월1일부터 신청을 받고 요건을 갖춘 대상자에게는 당일 지급한다. 대상은 중위소득 85% 이하 33만5천여 가구로, 가구원 수에 따라 50만 원~80만 원씩 차등 지급한다. 지원금은 23개 시, 군 실정에 맞게 지역상품권과 선불카드 등으로 지급된다.

◆ 제조업 지원도 시급하다

대구, 경북에서 주력산업이라면 자동차부품 섬유 철강 기계 등이 우선 꼽힌다. 그런데 이들 업체는 중간재이면서 수출 지향적 업종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특히 이번 전염병 사태에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당장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진정세를 보이더라도 유럽, 미국 등 해외 상황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수출입 거래에 차질이 생길 것이고, 또 중간재이기 때문에 전방산업인 완성차나 전자가전제품의 국내외 판매 추이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역 기업들의 경우 현재보다 앞으로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역경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올해 1분기까지는 그나마 전염병 사태가 확산하기 이전 확보된 기존 물량을 소화하는 과정이었다면 2분기가 시작되는 4월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한 구체적 피해가 통계상으로도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구, 경북 1, 2월 수출은 각각 11억5천200만 달러, 56억9천1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7.3%, 6.7%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대구는 자동차부품, 평판디스플레이제조장비의 중국 수출 감소가 두드러졌고, 경북은 평판디스플레이의 중국 수출, 무선전화기의 미국 수출, 필름류의 일본 수출이 크게 줄었다. 제조업은 대구와 경북 GRDP(지역내총생산)에서 각각 20%와 43%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1~6월 제조업 생산 감소를 대략 10% 수준으로만 예상하더라도 그 감소액이 2조9천여억 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또 제조업 생산 감소는 당장 지역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제조업 생산 감소 규모를 10%로 가정하더라도 일자리가 대략 4만2천 개 정도가 줄어들 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오랜 경기 침체로 지역경제 상황이 나빠져 있는 상황인 것을 고려해 보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대량 실업 사태를 맞을 경우 지역경제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지역 제조업의 현재 상황을 외면하면 안 되는 까닭이다.

중앙정부가 각종 제도나 세제 등을 통해 지원 대책을 마련해 줄 수 있다면, 지방정부 역시 자체예산 투입이나 현장민원 지원 등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대구시와 경북도도 현재 지역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는 지역기업들의 경영 및 고용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3월26일 시의회를 통과한 추경예산에 지역고용특별지원금 400억 원과 중소기업경영안정자금지원금 190억 원 등을 포함했다. 경북도 역시 이번 추경예산 7천억 원 가운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융자 지원 이자 및 신용보증료 지원금으로 780억 원을 배정했다. 정부는 3월24일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에서 100조 원 규모의 긴급자금을 투입하는 기업 및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확정했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 메인사진=전염병 코로나19가 한 달 넘게 지역을 휩쓸면서 지역 상권이 유례없는 피해를 보고 있다. 평소 인파로 북적이던 대구 동성로 상가는 전염병 사태 이후 좀체 활기를 되찾지 못 하고 있다.연합뉴스
▲ 메인사진=전염병 코로나19가 한 달 넘게 지역을 휩쓸면서 지역 상권이 유례없는 피해를 보고 있다. 평소 인파로 북적이던 대구 동성로 상가는 전염병 사태 이후 좀체 활기를 되찾지 못 하고 있다.연합뉴스
▲ 서브사진1-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대구 서문시장.연합뉴스
▲ 서브사진1-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대구 서문시장.연합뉴스
▲ 서브사진2-전염병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규모와 상관없이 지역 제조업체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내건 ‘코로나19 극복 격려 문구’.연합뉴스
▲ 서브사진2-전염병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규모와 상관없이 지역 제조업체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내건 ‘코로나19 극복 격려 문구’.연합뉴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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