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우리에게 허락된 2.5%

김종석

기상청장



물을 구하기 위해 하루 몇 시간씩 걸어, 직접 물을 길어 나르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물의 가치는 더없이 귀하고 소중하다. 하지만 물의 소중함을 모른채 수도꼭지를 틀면 쉽게 쏟아지는 귀한 물을 많은 사람들이 남용하고 있다.

물은 지구상에 있는 가장 흔한 천연자원으로 언뜻 풍부해 보이지만, 현재 전 세계에는 심각한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나라가 많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1/3이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2025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2/3 정도가 물 부족 국가에 살게 될 것”을 경고하고 있다.

물은 지구 표면의 2/3를 차지할 만큼 많이 존재하지만 97.5%를 차지하는 짠 바닷물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없는 물이다. 즉 사람들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민물은 전체 물의 2.5%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민물은 에베레스트산처럼 높은 산의 꼭대기에 있는 만년설과 북극에 있는 빙하처럼 사람이 손쉽게 쓸 수 없는 물이 대부분이어서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아주 적은 양이다.

게다가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물의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산업 발달로 인해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면서 물이 빠르게 오염되고 있다.

현재 세계는 수자원 격차 극복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맞서고 있으며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가난한 사람들도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5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IPCC)에 의하면 2082~2100년쯤에는 해수면이 63cm 상승하여 전 세계 주거 가능 면적의 5% 정도가 침수될 것이라 한다. 평균 지표온도가 상승하게 되면 더 많은 지역에서 폭염이 발생하는 빈도와 지속 기간이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홍수나 가뭄 같은 극한적인 강수현상의 발생 빈도와 강도 역시 증가하여 계절 간 강수량과 기온의 차이가 지금보다 더욱 커질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도 크게 줄어들어 더욱 심각한 물 부족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매년 3월 23일은 ‘세계기상의 날’이다. 세계기상의 날은 1950년 3월 23일 UN(국제연합) 산하 전문기구인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가 발족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1961년에 ‘세계기상의 날’로 제정되었다. 세계기상기구에서는 매년 대표 주제를 정하고 있는데 2020년 세계기상의 날 주제는 ‘기후와 물’이다.

기후는 ‘일정한 지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대기현상의 평균적인 상태. 날씨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순간적인 대기현상이라면 기후는 장기간의 대기현상을 종합한 것이다.’라고 정의된다. 쉽게 말하면 날씨가 매일 매일 달라지는 사람의 기분이라면 기후는 그 사람의 성격이라 할 수 있다. 기후는 고정된 값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약 10년 정도에 걸쳐 나타나는 평균적인 변화를 바로 기후변화라 부른다.

이처럼 세계기상기구에서도 기후변화와 물 부족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올해의 주제로 ‘기후와 물’을 선정한 것이다.

우리가 쓰는 물은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게 전부가 아니다.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음식과 물건에는 그 생산과정에서 쓰이는 물이 숨겨져 있는 셈이다. 기후변화와 물 부족 현상을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설거지할 때 물을 아끼기 위해 대야에 받아서 사용하거나 변기 뒤쪽에 있는 물탱크에 벽돌이나 물을 담은 페트병을 넣어두거나 양치질할 때 양치 컵을 사용하는 등 우리의 생활에서 개인이 조금만 노력하면 많은 물을 절약할 수 있다.

개인에게 요구되는 물 절약 캠페인은 국제사회와 국가가 노력해야 하는 것처럼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니다. 이처럼 우리가 조금만 더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물 절약은 물론이고, 기후변화까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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