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 골든타임이 있다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코로나19로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맥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그 기세가 육대주로 번졌다. 내 코가 석자인데 남의 집 걱정해야 할 판이다. 남의 집에 번진 불이 활활 타오르는 바람에 집안의 불 끄는 일에 소홀해진 감이 든다. 그동안 절제를 보이던 사람들이 따뜻한 봄날과 함께 찾아온 봄꽃으로 마음이 풀린 듯 나들이에 나서는 모습이 완연하다. 나름 침착하게 대처해왔던 성과가 말짱 도루묵이 되지 않을까. 샴페인을 빨리 터트리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냄비근성은 방역에도 문제다. 아직 마음 놓을 때가 아니다. 마스크 착용은 물리적 거리를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집회나 모임, 이동을 자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속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마스크 착용은 미세먼지나 황사도 막아주고 환절기 감기도 예방한다. 일석삼조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모바일과 영상회의를 통하여 결핍을 메워가는 방법을 찾아간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 재난은 평소 간과했던 점을 성찰하는 기회다. 그 중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는 개인주의를 보완하는 미덕으로 공동체를 이어주고 결속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고 가정하고 가족이나 이웃에게 거리두기를 꾀하면서 절제하는 생활을 영위하는 시민의식은 어떠한 역병도 극복 가능한 방역체계다.

전염병의 직격탄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선별적 구휼이 절박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영세자영업자와 실업자가 그 부류다. 이런 계층을 효과적으로 분류하여 맞춤형 지원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 상품권이 미지근한 조치라면 현금은 화끈한 처방이다. 지역의 자금유출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긴급한 비상사태다.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절실한 건 현금이다. 무엇이 절박한지는 본인들이 잘 안다. 생활보호계층과 영세자영업자에게 가계 빚이 많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이러한 서민 사정을 순탄한 인생을 살아온 위정자들이 간과할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화급하다. 중소기업은 지금 일생일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운영자금의 저리 융자도 중요하지만 제품을 사주는 것이 효율적 처방이다. 조달청이나 농협 등을 통해 중소기업제품을 비축해두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중소기업이 위기에 빠지면 실업자를 양산하는 상황도 예측가능하다.

경제위기에서 흔히 소외되는 계층이 중간층이다. 고소득층은 비축 재원이 있기 때문에 국가 지원이 불요하지만 중간층은 그렇지 않다. ‘집 있고, 차 있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되는 중간층도 늘 쪼들리며 간당간당하게 산다. 가계 빚에 시달리는 건 매일반이다. 자식 키우고 부모 돌보며 대소사 챙기다 보면 가계 빚을 피할 수 없다. 가계 빚은 대부분 담보대출이다. 집을 전부 자기 돈으로 사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서민 사정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투기과열지구로 묶고 대출제한을 하는 행태는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 이런 탁상행정은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이나 사채시장으로 서민을 내몬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대부분 국민은 강남 집값과 무관하다. 강남에 집 살 생각도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극소수 강남 투기꾼을 잡느라고 대부분의 선량한 국민을 회초리로 친다. 정부는 ‘뻑 하면 지지 않겠다.’, ‘버릇을 고치겠다.’며 악착같이 달려든다. 무슨 열등감이 휩싸인 양. 정부가 국민을 너무 불편하게 만든다. 국민과 전쟁을 치르는 것 같다. 정부가 시장을 이기려고 한다. 시장을 반드시 이기겠다는 정부가 시장을 이기는 걸 본 일이 없다. 운동권 정권이라 그런지 데모하듯이 몰아붙이길 즐긴다. 이젠 좀 세련된 정치를 해야 할 때다.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그 위세를 떨치자 세계는 말 그대로 공포의 도가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입출국을 통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주력하게 되자 세계경제가 얼어붙을 조짐이다. 경기선행지표로 일컬어지는 주가지수가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몰려올 경제위기에 대비해야 함을 시사한다. 지금은 전염병 창궐에 정신이 팔려 국가역량을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경제정책에 손 놓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염병이 휩쓸고 간 자리엔 더 큰 위기가 버티고 있을 것이다. 역병이 할퀴고 간 이후를 철저히 대비하는 일이 발등의 불이다. 한시바삐 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세월호 사고’에만 골든타임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경제위기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골든타임을 넘기면 경제는 죽는다. 탈원전 철회, 주 52시간 유예 등 잘못 끼운 단추를 한시바삐 풀어야 한다. 각종 규제를 획기적으로 철폐하고 소주성 실험도 끝내야 한다. 대구 수성구의 투기과열지구도 즉각 해제돼야 마땅하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