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온 나라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아 더욱 힘든 시간이다. 전국의 확진자가 86%나 집중된 대구·경북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해고된 아르바이트 직원, 일용직 근로자, 비고정 급여 생활자 등 저소득 계층도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지자체와 정부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원칙이 있다.

---재난 주민·지역에 선별적으로 지급해야

긴급 지원금은 재난을 입은 사람과 재난지역에 선별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피해의 경중에 따라 지원의 크기도 달라져야 한다. 우선 순위도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일부 지자체장들이 전 국민에게 1인당 1백만 원씩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제안을 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경우 총 소요 재원이 무려 50조 원에 이른다. 금년 국가 예산 512조 원의 약 10%에 해당한다.

미국(고소득층 제외)과 일본이 국민에게 현금 지급을 검토하는 것은 소비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나 우리의 당면 과제는 코로나 이후 살길이 막막해진 저소득층의 생계지원이다.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다.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자는 제안은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포퓰리즘이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가경제를 살리고 코로나 피해주민을 지원하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이 제안은 재정건전성 저해와 함께 효율성도 의문이다.

한 여론조사 결과 긴급생활비를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안의 찬성률은 29.4%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일정소득 이하 가구에 지급하자는 안의 지지율은 61.6%였다.

지자체 재정상황과 국민정서를 감안해 접근하는 지자체장들도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예산 구조조정 등으로 마련한 2천억 원을 중위소득(100% 또는 85%) 이하 일용직, 택시기사, 식당 종업원 등에게 우선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중위소득 85% 이하 33만5천 가구에 긴급생활비로 30만~70만 원씩을 상품권 등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위소득 이하 118만 가구에 최대 50만 원을 지역사랑 상품권 또는 선불카드로 지급할 계획이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소상공인, 운수업체 종사자, 저소득층 등 15만 명에게 100만 원씩 지급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상황과 공감할 수 있는 조건이면 포퓰리즘이 아니다. 저소득층의 고통을 덜기 위한 선별적 지원이기 때문이다. 선별적 지원에 나선 지자체의 정책방향은 자체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주민 고통을 줄이기 위해 시기를 늦추지 않고 나선 것도 적절하다.

---정부 기본 입장 밝힌 뒤 교통정리 나서야

그러나 대상 선정 기준, 지원 액수와 방식 등에 차이가 있어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국가적 재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재난생계비 지원에 대한 기본 입장과 원칙 등을 밝힌 뒤 교통정리에 나서야 한다.

지역 실정에 맞게 지자체가 우선적으로 긴급생계비를 지급한 뒤 정부가 전액 또는 일정 비율의 재원을 보전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지자체 간 피해규모와 재정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가 약 5조1천억 원에 이르는 전국 지자체의 재난기금을 코로나 긴급 지원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용도를 확대한 것도 지원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와 함께 집중 피해지역인 대구·경북에는 긴급생계비 용도의 국비 지원이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나섰다. 이번 주 2차 회의에서는 저소득층 지원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 실정에 맞고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기준이 제시됐으면 한다.

재난기본소득 아이디어는 전향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대상을 특정 짓지 않거나 정도가 지나치면 안된다. 찬반이나 지역별 형평성 문제 등으로 국민을 분열과 갈등으로 밀어넣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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