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연기로 학부모 대상 비대면 전화상담 ||얼굴도 모르는데 어떻게 상담을? 보여주기 식 행

▲ 한 초등학교 학부모가 담임 교사로부터 받은 학부모 상담 시행 알림 문자.
▲ 한 초등학교 학부모가 담임 교사로부터 받은 학부모 상담 시행 알림 문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개학일이 4월6일로 연기된 가운데 대구시교육청(이하 교육청)이 이번 주부터 교사와 학부모의 온라인 상담을 하기로 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담임교사가 아직 학생들을 만나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상담이 이뤄지겠느냐는 반응이다.

또 성향이나 행동패턴, 생활행태 등 학생 개개인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데 상담을 하려는 것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대구지역 초·중·고등학교에 기존 3월 중 시행하던 신학기 학생·학부모 상담주간을 대신해 23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온라인 학부모 상담주간을 시행한다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교사들은 담당 학급 학부모들에게 문자 등 메신저를 통해 온라인 상담 주간 시행에 대해 공지하고, 희망 상담 일시와 상담 내용 등을 신청하도록 했다.



교육청은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는 등 초유의 비상상황인 가운데 개학 후 학생들의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돕고, 교사들의 3월 중 재택근무 시간을 의미 있게 활용하도록 하고자 온라인 상담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청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3월부터 휴업 상태인 선생님들이 재택근무 시간을 활용하도록 하고자 개학에 앞서 미리 학부모 상담을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교육청 지침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면밀한 상담은커녕 생활기록부 등 단순 서류 외에는 학생에 대한 정보라고는 전무한 상황에서 학부모 상담이 진행되면 자칫 학생 성격이나 특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자리잡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코로나19로 수업일수가 감축된 가운데 내실있는 학사 운영을 위한 수업준비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사 1명당 2주일에 걸쳐 최소 15명에서 많게는 30명 상당의 학부모들과 전화 상담에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부모 중에서는 교육청의 방침을 따라지 않으면 혹시나 불이익을 당할까봐 마지못해 신청하는 이들도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김모(40·여)씨는 “아이도, 선생님도 서로 본 적이 없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상담 신청을 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또 남들 다 하는데 행여 아이와 교육에 관심이 없는 엄마로 비춰질까봐 상담할 내용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일선 교사들도 어리둥절한 분위기다.



대구지역 초등학교 교사 A(33·여)씨는 “담임을 맡게 됐다는 연락을 이미 드렸지만, 안부를 묻고자 연락하는 건 몰라도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전화로 상담하라는 건 교사들에게도 어려운 과제다. 일부 학부모님 가운데 곤란해 하실 분이 계실 것 같아 개학 후 대면상담도 가능하다는 내용을 함께 전달해드리고 있다”고 했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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