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깊숙하게 숨어있던 카뮈의 소설 ‘페스트’가 다시 세상 빛을 보는 시대다. 세계는 지금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고, 덩달아 바이러스에 관한 책도 서점가에 넘쳐난다. 최근에 서점가를 장악한 바이러스와 관련한 화제의 책들을 들여다보자.

▲ 페스트
▲ 페스트
▲페스트/알베르 카뮈 지음/최윤주 옮김/열린책들/1만2천800원

알베르 카뮈가 다섯 번째로 발표한 작품 ‘페스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흔히 ‘흑사병’이라고도 하는 죽음의 질병 페스트에 관한 책이다. 작가는 페스트의 가공할 위력을 조용한 해안 도시 오랑으로 불러들여 오랑 시민들의 모습을 아주 담담한 문체로 관찰해 나간다.

언뜻 보기에도 평범한 프랑스의 도청 소재지인 해안 도시 오랑. 어느 날 의사 리유는 계단참 한복판에서 죽은 쥐 한 마리를 발견한다. 그날 이후로 도시 곳곳에서 죽은 쥐들이 한 무더기씩 발견되고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시름시름 앓다가 하나 둘 죽어 가기 시작한다.

리유는 이 현상이 ‘페스트’가 틀림없다고 진단한다. 회복을 위해 도시 밖으로 떠난 부인과의 재회가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폐쇄된 오랑에는 병에 걸려 죽어 가는 사람들, 대혼란에 빠진 도시의 모습만 남아 있다. 관찰자는 생명을 위협하는 위기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대처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기록 형식으로 담담하게 써내려 가는데….

페스트라는 비극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현실을 직시하며 의연히 운명과 대결하는 인간의 모습을 다룬 알베르 카뮈의 걸작이다. 빠져 나갈 길 없는 재앙을 온몸으로 견뎌내야만 하는 비극적 상황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 죽음을 앞에 둔 사람들의 의연한 모습을 보면서 인간 군상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온전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지금 전 세계에 팬데믹되고 있는 코로나19 확산 공포가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내린다.

카뮈는 1913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 출생했다. 한때 공산당에 가입했던 그는 비판적인 르포와 논설로 정치적인 추방을 당하기도 했고, 프랑스 사상계와 문학계를 대표할 만한 말로, 지드, 사르트르 등과 교류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몰입했다. 195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 장편소설 ‘최초의 인간’집필에 들어갔으나 1960년 자동차 사고로 생을 마감한다.

▲ 미래가 온다. 바이러스
▲ 미래가 온다. 바이러스
▲미래가 온다, 바이러스/김성화,권수진 지음/와이즈만BOOK/1만3천 원

바이러스는 어떻게 어디서 생겨났으며 우리 인류에게 어떤 존재일까. 우리 인류는 바이러스와 맞서 싸워야 할까, 아니면 동맹을 맺고 친구로 지내야 할까. ‘미래가 온다, 바이러스’는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하면서도 잘 모르기 때문에 더욱 공포의 대상인 바이러스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바이러스는 동물도 아니고 식물도 아니다. 세균보다 천 배나 작은 바이러스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고, 숨 쉬지 않으며, 먹지 않고, 자라지도 않기 때문에 생명체라고 할 수 없다. 자기 복제를 한다는 점에서 물이나 공기, 돌멩이 같은 무생물도 아니다.

바이러스는 적당한 세포를 만나면 거기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데, 이걸 흔히 ‘감염’이라고 부른다. 바이러스는 세포를 감염시킨 즉시 수십, 수백만 개로 무한 복제를 시작한다. 지구상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한, 동물이든 곤충이든 세균이든 어떤 생명체라도 남아있는 한, 바이러스는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바이러스는 인류의 영원한 적일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서 메르스 바이러스, 천연두 바이러스, 에이즈 바이러스, 심지어 광견병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공포의 대상이었고 현재도 그렇다.

바이러스는 지금까지의 그 어떤 전쟁이나 자연 재해보다 더 많은 사람을 해쳤다. 하지만 바이러스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다. 바이러스 스스로 어떤 의도나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을뿐더러, 자기에게 딱 맞는 세균 하나, 세포 한 개만 있어도 거기 들어가 무한복제를 시작하는 게 그들의 태생적 행동 양식일 뿐이기 때문이다.

‘미래가 온다, 바이러스’는 인류의 과학 기술과 미래에 관한 이야기이다. 생명체가 존재하는 한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존재한다는데, 앞으로 인류는 바이러스와 어떤 관계를 맺고 공생하여야 할까? ‘미래가 온다, 바이러스’는 그동안 수많은 인간을 위험에 빠뜨렸던 바이러스가 ‘위험한 친구’로서 인류와 어떻게 공생이 가능한지 아주 쉬우면서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 슈퍼버그
▲ 슈퍼버그
▲슈퍼버그/맷 매카시 지음/김미정 옮김/흐름출판/1만8천 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보다 훨씬 많은 사망자를 낳는 미생물이 있다. 바로 슈퍼버그다. 주로 박테리아가 거론되지만 치료제가 듣지 않는 진균도 포함된다. 2019년 20개국으로 퍼졌던 치사율 60%의 항생제 내성 ‘칸디다속 진균’이 그 예다.

코로나19에 대한 일각의 비이성적인 반응을 보면서 문제해결의 출발점은 인식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 진균,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하며 우리 곁에 늘 존재해왔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슈퍼버그의 문제가 심각해진 이유는 항생제의 오남용 때문이라고 한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뉴욕 프레스비테리안 병원의 의사인 맷 매카시는 ‘슈퍼버그’와 전쟁 중이다. ‘슈퍼버그’는 강력한 항생제로도 치료되지 않는 변이된 박테리아를 말한다. 맷 매카시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슈퍼버그에 맞설 새로운 항생제 임상시험의 최전선에 서 있다. 이 임상시험의 과정은 그야말로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는 숨가쁜 순간이다. 이 책은 그 여정의 충실한 기록이자, 생과 사의 순간을 오가며 치열하게 싸우는 한 의사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 책에서 맷 매카시 박사는 알렉산더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에서부터 종종 토양에서 발견되는 혁신 신약의 개발, 첨단 유전자 조작 기술인 크리스퍼에 이르기까지 박테리아와 항생제의 역사를 살핀다. 이를 통해 역사적으로 항생제 분야에서 인류가 믿기 힘들 만큼의 획기적인 발전을 어떻게 이뤘으며, 동시에 21세기 현재 어떻게 인류가 감염병에 극도로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이 책에는 생명의 시계가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의 실제 이야기도 담겨 있다. 희소 감염병을 앓고 있는 10대 소녀와 9·11 테러 당시 현장을 지켰던 뉴욕의 소방관,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한 여성, 의료진의 처방 실수로 인해 마약중독자가 된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의 이야기는 슈퍼버그의 치명적인 위험을 알리는 동시에 그들을 치료하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가고 있는 의료진들의 고군분투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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