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 사회를 강타한 지 50여 일이 지났다. 폭증하던 확산세가 주춤하고 있다. 탈진 상태에 빠진 지역 사회도 겨우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내외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전 세계가 빗장을 걸면서 한국은 고립되고 있다. 한국이 기피 국가가 됐다. TK(대구·경북)도 기피 대상이다. 서울 등 지역에서 대구 출신을 은연중에 기피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코로나19 집단 발병 이후 TK 기피와 혐오가 주목받고 있다.

TK 기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발생했다. 70대 대구 출신 여성 환자가 거주 사실을 숨긴 채 서울백병원에 입원했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은 폐쇄되고 의료진과 환자는 격리됐다.

이와 관련,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국가 재난 상황에서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접촉한 의료인과 환자를 위험에 빠뜨린 만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 당국은 거주지를 속인 환자와 진료 기피 병원에 대해 강력한 처벌 의지를 밝혔다.

이 환자는 서울백병원에 가기 전에 다른 병원에 예약했으나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진료를 못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이 환자 진료를 거부한 경위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환자가 병원 측에 대구에서 왔고 코로나19 의심환자 가능성을 알리고 진료를 의뢰했음에도 병원 측이 방문을 막았다면 부당한 진료 거부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이 환자는 서울백병원에서 대구 방문 여부를 묻는 병원 측 물음에 진료거부를 우려해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서울지역 일부 대형 병원에서 대구 출신 환자를 받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 당국도 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 환자 기피가 현실이 됐다.

대구 출신 환자 기피는 감염병 확산 방지와 환자 진료권 보호라는 상반된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할지를 고민하게 한다. 보건당국이 병원협회 등과 협의해 기존에 치료받던 대구지역 환자들이 불편 없이 진료 받고 의료기관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과 방송인 등이 ‘대구코로나’니 뭐니 하면서 TK를 조롱과 비하해 지역민을 분노케 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여 우려된다.

지금 TK는 코로나19 집단발병으로 감염병과 힘겹게 싸우고 있다. 더 이상 지역을 자극하는 일은 없기 바란다. TK라는 이유만으로 기피당하고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혐오와 기피는 공공의 적이다. TK를 두 번 죽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