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대구·경북(TK) 공천에 칼을 마구 휘둘렀다. 통합당 공관위는 지난 6, 7일 TK 공천 결과를 발표했다. 7명의 현역 의원이 공천 탈락했다. 특히 경북지역 의원에게는 학살 수준의 칼날을 들이댔다. 경북 13곳의 선거구 중 의원직을 상실한(최경환·이완영) 2곳을 제외한 11곳 중 단 2명(이만희·송언석)만이 공천을 받았다. 김정재(포항 북구) 의원은 경선으로 겨우 숨이 붙어있는 상황이다. 초선 2명을 제외한 현역 의원 모두가 컷 오프 되거나 타의로 불출마 선언을 했다.

통합당 공관위는 대구 11곳, 경북 13곳의 지역구 중 현역이 살아남은 7곳을 제외한 13곳에 모두 서울 TK 인사들의 내리꽂기 공천을 했다. 우려했던 서울 TK 일색의 공천이다. 해당 지역에서 나름대로 지역구 관리에 힘써왔거나 지역 사정에 밝은 인사들이 대거 공천 탈락했다. 탈락 인사들의 재심 요청 등 반발도 적지 않다. 일부는 무소속 출마도 불사할 태세다.

특히 경북은 공천 학살로 재선 이상 중진 의원이 1명도 없어 정치력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지역에서는 그동안의 공천 전례에 비춰 서울 TK의 낙하산 공천을 경계해왔다. 그런데도 지켜지지 않았다. TK 민심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통합당 공관위는 컷오프 결정에 막말 논란과 지방선거 패배 책임, 여론조사 결과 등을 종합 검토했다고 밝혔다. 보수 야당 진영에서는 그동안 정치권에선 TK의 공천 혁신이 보수 야당의 죽느냐 사느냐 갈림길이라는 분석이 많았던 터다.

하지만 통합당 공관위는 공천 학살만 있었지, TK 사정을 배려한 공천은 없었다. 지역에서는 민심의 검증조차 못 받은 무늬만 TK 인사의 전략 공천이 자행됐다.

또한 지역 현역 의원 공천 배제와 관련해서는 납득할만한 설명도 없다. 참신한 토종 후보들에 대한 기회도 박탈했다.

지역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서울 TK의 전략 공천은 지역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있다. 지역민과 호흡을 같이 하며 지역 사정에 밝은 인사 대부분이 배제됨으로 인해 보수 야당에 대한 민심 이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공천 탈락한 유력 인사들이 무소속 연대를 결성, 총선 출마 시 그 위험은 또 누가 떠안을 것인가.

특히 통합당 공관위는 경북 북부지역 4개 선거구 획정도 감안하지 않아 해당 지역 유권자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통합당 공관위의 낙하산 공천과 토종 인사 외면은 지역민들을 더욱 허탈하게 만들었다. 코로나19에 힘겹게 싸우고 있는 지역민들의 가슴에 또 대못을 박았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이에 대해 해명하고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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