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써니' 포스터

영화 '써니' 줄거리, 결말, 등장인물, 박진주, 심은경이 주목받는 가운데 '써니'는 중년 여성들이 고교 시절을 추억하고 그 시절의 관계를 복원하고자 하는 영화다. 가족보다는 친구, 현실적 문제보다는 소망을 이야기한다.

전라도 벌교 전학생 나미(심은경)는 긴장하면 터져 나오는 사투리 탓에 첫날부터 날라리들의 놀림감이 된다. 이때 범상치 않는 포스의 친구들이 어리버리한 그녀를 도와주며 칠공주의 탄생을 알린다.

그들은 진덕여고 의리짱 춘화(강소라), 쌍꺼풀에 목숨 건 못난이 장미(김민영), 욕배틀 대표주자 진희(박진주), 괴력의 다구발 문학소녀 금옥(남보라), 미스코리아를 꿈꾸는 사차원 복희(김보미) 그리고 도도한 얼음공주 수지(민효린). 나미는 이들의 새 멤버가 되어 경쟁그룹 ‘소녀시대’와의 맞짱대결에서 할머니로부터 전수받은 사투리 욕 신공으로 위기상황을 모면하는 대활약을 펼친다. 일곱 명의 단짝 친구들은 언제까지나 함께 하자는 맹세로 칠공주 ‘써니’를 결성하고 학교축제 때 선보일 공연을 야심차게 준비하지만 축제 당일, 뜻밖의 사고가 일어나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그 후 고등학생 딸을 둔 40대 가정주부 나미(유호정)가 병원에서 25년 만에 고등학교 친구 춘화(진희경)를 우연히 만난다. 춘화는 성공한 사업가이지만 암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춘화의 소원은 죽기 전에 자신이 이끌었던 '칠 공주 써니' 멤버들을 만나보는 것이다. 써니의 일원이었던 나미가 친구들을 찾아 나선다.

친구들을 하나하나 찾아내면서 장면은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장면 곳곳에서 웃음이 터지고, 생기 없던 현실은 점차 고교시절처럼 왁자지껄해진다. 필름은 사십대 중반과 십대 후반을 이어 붙인다. 청소년기로 회귀하는 이유는 우정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25년 후 다시 만난 현재의 칠공주 ‘써니’에는 유호정(나미), 진희경(춘화), 고수희(장미), 홍진희(진희), 이연경(금옥), 김선경(복희) 등 쟁쟁한 중견배우들이 호흡을 맞췄다. 과거 칠공주들의 찬란한 추억과 25년 전 헤어진 친구들을 찾아가는 현재 과정이 교차되며 전개되는 ‘써니’에서 하나의 캐릭터를 2인 1역으로 연기한 선후배 배우들의 싱크로율을 맞춰보는 재미 또한 놓쳐서는 안될 장면들이다. “캐스팅 과정이 마치 전쟁과도 같았다. 과거나 현재나 하나의 인격체로서 외모적 싱크로율도 많이 따졌다. 또한,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 같은 것이 어긋나지 않도록 신경 썼다”는 강형철 감독.

장면 곳곳에 80년대 향기가 물씬 풍기는 소품들이 등장한다.

'써니'는 중년 여성들이 청소년기 우정을 통해서 자기 정체성과 정서적 지지를 회복하는 이야기다. 영화의 동력은 성숙보다는 천연덕스러운 유치함이다. 예를 들어, 나미가 교복을 입고 딸을 괴롭힌 일진을 처단하는 장면을 보자. 사태를 진정시키는 경찰의 대사에서 보듯, '코스프레도 아닌데 교복을 입은 아줌마'는 이상하다. 감독은 유치한 걸 알면서도 아줌마의 소녀적 감성을 직선적으로 시각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나미가 고교시절에 교복을 입었던 것도 아니다. 1983년에서 1986년까지 4년간은 교복이 완전 폐지되고 두발의 자유가 허용됐었다. <써니>는 이 시기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미는 자신이 교복세대인 척하며 교복 입은 여고생들의 행렬에 섞여서 추억에 빠지고, 딸의 교복을 몰래 입어보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이런 뻔뻔함을 눈치채지 못하거나 혹은 사실을 알더라도 문제삼지 않게 된다. 이러한 최면은 온전히 강형철 감독의 영화적 재단 능력에 있다.

한편 '써니'는 춘화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함께 모여서 춤을 추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지가 모습을 드러내며 영화는 엔딩을 맞이한다.

신정미 기자 jmshi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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