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의 코로나19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자가격리 중이던 환자가 잇따라 숨지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이 치료 한번 못받고 숨지는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하는 고통이 어떻겠는가. 시민들의 안타까움과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환자 진료만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던 한국 의료의 현실이 고작 이 정도였나 하는 서글픈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가장 큰 원인은 병상 부족이다. 하루 수백 명씩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확진자를 감당하지 못해 빚어지는 현상이다. 입원 대기 중인 확진자는 계속 증가한다.

대구에서는 1일 오전 현재 1천662명의 환자가 병상을 구하지 못해 대기하고 있다. 이날까지 발생한 전체 확진환자 2천569명 중 60% 이상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자가격리 중이다.

이에 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현재 확진 판정을 받으면 무조건 입원치료를 해야 하는 시스템을 변경하는 결정을 내렸다. 고위험 환자에게 집중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제공하고, 전체의 80%에 이르는 경증 환자에게는 상태에 걸맞는 관리와 치료를 병행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환자 증상의 경중에 따라 병원 입원 환자와 새로 마련되는 생활치료센터 입원 환자를 분리해 대처한다는 것이 골자다.

대구지역에는 2일부터 중앙교육연수원에 생활치료센터가 개설돼 운영된다. 가벼운 증상의 지역 확진자가 우선 수용된다. 전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국공립이나 민간시설을 이용한 생활치료센터가 개설될 전망이다.

한정된 의료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최소한의 시설을 갖춘 곳에서 의료진이 관리하고 격리치료부터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자가격리된 확진자를 가족과 분리시키는 것도 시급한 과제였다. 의료계에서는 중국 우한에서 온 교민처럼 임시 시설을 마련해 경과를 살피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해왔다.

새로운 시스템의 시행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결코 안된다. 모든 질병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전염성이 높은 감염병은 시기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간 전국 다른 지자체에는 병상의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지역주민의 눈치를 보며 대구·경북지역 중증 확진자 입원을 외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자체 간 협조가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이었다.

중대본은 향후 중앙 차원에서 중증 환자 이송 등 병상과 관련된 사안을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진작에 정부가 나서야 할 사안이었다. 병상 문제로 더 이상 국민에게 고통을 줘서는 안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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