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코로나19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지난주 초까지만 하더라도 감염자가 간헐적으로 나타나면서 일부 불안감은 있었지만, 정부와 우리 국민의 능동적인 대처도 있어서 조기에 진정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가 컸었다. 하지만 이후 대규모 감염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위기경보가 마지막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되기에 이르렀다.

이는 국내로 유입된 해외 신종 감염병의 지역사회 전파 또는 전국적 확산을 뜻하며 이쯤 되면 인적·사회적 피해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큰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지금 상황이 딱 그렇다. 예정되어 있던 각종 대규모 집회와 행사는 연기 또는 취소되고, 개학도 연기되었다. 무기한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공기업도 있다고 한다. 영업시간 단축을 통해 어떻게 든 피해를 최소화하려 했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휴업 사례가 늘고 있고, 간혹 폐업 사례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염을 우려한 국가 간 여행객 감소로 큰 타격을 입은 항공사는 말할 것도 없고 유통업, 자동차, 화학 등 산업 전반으로 구조조정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이런 상황이 몇 달만 더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는 그토록 우려했던 1%대 성장이라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주요 해외 투자기관들의 최근 전망치를 살펴보면 이보다 더 나쁜 상황도 각오해야 할 판이다. 최근 모건스탠리나 노무라증권은 아예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올 해 0.5%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는 등 해외에서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정부도 이런 심각성을 잘 아는지 금주 내로 코로나19 확산 대응을 위한 종합경기대책 패키지를 발표할 예정인 등 분주하게 대응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방역 강화를 위한 비용은 물론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특정 상품 구매 환급제도, 취약계층에 대한 소비쿠폰 지급, 영세사업자 간이과세 매출 기준 상향 조정, 소상공인 임대료 부담 경감을 위한 건물주 인센티브 제도 등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즉, 이번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와 소상공인,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더 이상 경제가 악화되지 않도록 안전핀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다행이다 싶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우선 이런 특단의 조치는 정부의 정무적인 판단 이외에 범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정치적인 이해관계의 조정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선거를 앞둔 지금의 시점에서는 이런 절차가 더욱 절실하다 하겠다. 그런데,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국회가 코로나19 탓에 일시적으로나마 폐쇄 되었다. 더군다나 아직 정치적 이해관계 조정 당사자들인 여야 대표가 논점을 정리해서 마주 앉아 논의하자는 말도 없다.

한편 지금 현상만 놓고 보자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앞으로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 커질 것으로 보는 것이 보편적인 견해다. 그렇다면 무너지고 있는 경기 방어를 위해서는 지금 당장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예비비와 같은 재원 이외에 추경과 같은 더 적극적인 조치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보는 것이 당연하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 7조5천억 원,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 11조6천억 원의 재난재해 대응 추경 편성이 가능했던 것은 용도에 관한 갑론을박은 있었지만, 추경에 대한 여야 및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국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시기를 놓쳐 실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 시장의 정책 신뢰도가 훼손되어 의도했던 것보다 기대효과가 훨씬 못 미치거나 아예 정책 실효성을 찾아볼 수 없는 치명적인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즉 지금은 ‘뭘 해도 안돼’라는 부정적인 자기실현적 예언이 시장에서 현실화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책은 타이밍이 생명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이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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