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전국민이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이달 초·중순 경북도교육청이 두 차례에 걸쳐 포상 성격의 교사 해외연수를 실시해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연수 지역인 이탈리아는 지난 20일 이후 코로나19 감염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해 북부 일부 지역에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진 곳이다.

연수는 지난 9일과 16일 두 차례(각 32명)에 걸쳐 5박7일간 일정으로 실시됐다. 중등교육 발전에 공로가 큰 교사들의 역량강화가 명분이었다.

교육청 측은 “연수를 취소하면 계약취소 수수료 등이 발생하는 데다 교사들의 사기 문제 등도 걸려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당시 영남권에는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코로나19가 대거 발병한 이후에는 일선학교 졸업식도 축소하거나 아예 하지 않던 엄중한 시기였다. 모범을 보여야 할 교육청이 감염 우려가 있는 해외연수를 강행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해외연수 일정이 잡히면 주변 상황과 상관없이 무조건 가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문제”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여러나라 사람이 모이는 국제공항이나 국제선 여객기 내부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의 취약 공간이다. 이번 경북도교육청의 해외연수 결정은 판에 박힌 경직된 교육행정의 결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당시 인천공항이 있는 수도권에는 이미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설마 감염이야 되겠나, 우리는 괜찮을 거야’ 하는 작은 방심에서 구멍이 뚫린다. 경북지역 교육행정의 중심인 교육청이 자칫 전 국민의 지탄을 받을 수도 있는 결정을 내렸다. 실망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껴진다.

지금과 같은 시기의 해외여행이 위험하다는 것은 상식이 있는 사람이면 안다. 실제 경북에서는 교육청 연수와 비슷한 시기인 지난 8~16일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다녀온 천주교 신자 39명 중 30명(가이드 1명 포함)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신천지 교회와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져 감염경로 규명이 시급한 실정이다.

여러 사람이 이동할 경우 어디에서, 어떤 경로로 감염될 지 알 수 없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수를 강행한 경북도교육청의 강심장에 아연할 뿐이다. 교육청의 위기대응 매뉴얼을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 할 때다. 교육청마저 국민들에게 부담을 안기면 안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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