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감염병 위기다. 코로나19 대재앙이 대구·경북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마스크가 일상화되고 생명줄이 됐다. 사람들은 모두가 마스크를 한 채 로봇 같이 움직인다. 서문시장 등 상가가 임시 휴업에 들어가고 식당가가 파리만 날리는 등 지역 자영업자들이 코로나 사태로 목숨 줄이 간당간당하는 판국이 됐다.

확진자 수는 자고 나면 눈덩이 처럼 불어난다. 지역민들은 이제 놀랄 여력도 없다. 외국에서 입국제한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자칫 대구가 봉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뜨뜻미지근한 전염병 대책을 질타하는 여론이 높았다.

지역 종교단체에서 주관한 이스라엘 성지순례단 일행이 무더기 감염됐다. 감염경로는 오리무중이다. 부산에서 우한 격리자인 아버지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19세 환자가 나왔다. 음성 판정자 감염이 의심되는 사례다. 코로나 발생 5일 만에 111명의 확진자와 3명의 사망자를 낸 청도 대남병원은 아직까지 감염경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역 전파가 급증하고 있다. 사실상 코로나19의 1차 방어에 실패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건당국은 그동안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외면해 왔다. 코로나 진원지로 꼽히는 신천지 대구교회 신자 중에 의심 환자가 많아 앞으로 수백 명의 확진자가 추가될 가능성이 짙다. 게다가 3, 4차 감염자가 얼마나 나올지 가늠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치권과 의료계를 중심으로 위기 단계의 ‘심각’ 격상을 요구하는 등 강도 높은 대응책 주문이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는 조치를 내렸다. 때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환영한다.

감염병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함에 따라 한국이 사실상 ‘코로나19 오염국가’로 낙인찍힐 수 있다. 국민들은 해외여행 및 출장과 대중교통 운행 제한 등 경제와 생활 불편 등도 감내해야 한다.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위기 경보 격상을 결정한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더이상 악화되서는 안 된다는 정부 당국의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감염병 확산을 통제하고 관리할 충분한 역량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면서 “새롭게 확진되는 환자 대부분이 뚜렷한 관련성이 확인되는 집단 내에서 발생한 만큼 철저히 관리하고 통제하면 확산을 지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제 국정의 모든 역량을 투입해 코로나19 퇴출에 나서야 한다. 우리 정부와 국민의 역량을 믿는다. 또 충분히 그럴 능력을 갖췄다. 늦다고 판단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얘기가 있다. 빠른 시일 내 코로나19가 퇴치되길 국민 모두가 염원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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