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

우리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섭게 늘어나면서 학생들이 학교나 학원에 나가기 보다는 자가 학습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수능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예비고3이나 재수생은 이 시간을 막연하게 보내지 말고 생산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시간 동안 학습의 생산성을 높이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다. 자기주도학습 습관을 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자기주도 학습은 피로를 잊게 하고 공부에 재미를 느끼게 한다. 무조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고 성적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강제로 공부방에 넣고 감시 감독하는 방법을 취하면 10시간을 앉아 있어도 실제 공부는 2시간도 채 안 된다는 연구도 있다. 학업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학업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 수면 습관 등이 매우 중요하다.

▶ 학습 습관과 태도

한 번 틀린 문제를 자꾸 틀리는 경향이 있다. 틀려본 문제라면 더욱 기억에 오래 남아 다음에는 반드시 맞혀야 하는데 이상하게 또 틀리고 만다.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 공부할 때 재미를 느끼지 못한 과목이나 단원은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진도가 나가지 않고 공부하기가 싫어진다. 처음에 제대로 개념을 파악하지 못한 단원은 두 번째 볼 때도 대충 넘어가기 쉽다. 성적이 잘 오르지 않는 과목은 무턱대고 시간을 많이 투자해 반복만 할 게 아니라 그 과목에 대한 자신의 학습 습관과 태도 등을 면밀히 분석해 봐야 한다. 취약한 단원, 틀린 문제를 되풀이해서 공부할 때는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 기본 개념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 자신의 취약점을 잘 알 수 없다면 그 단원의 개념과 내용을 적용한 응용문제와 다른 단원과 관련지은 통합 문제를 풀어보면서 교과 내용을 깊이 있게 확인하고 다지는 것이 좋다.

▪ 하기 싫다고 계속 미루지는 않는가? - 이런 경우는 만사 제쳐놓고 그 단원부터 뿌리를 뽑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완전히 이해될 때까지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한 번 정성 들여 이해하고 나면 다음부터는 훨씬 쉬워진다.

▪ 특정 단원에 자신감을 잃지는 않았는가? - 어떤 특정 단원에서 몇 차례 실수를 계속하다보면 그 단원과 관련된 문제만 나오면 위축되고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자신의 판단력과 능력을 신뢰하면서 비슷한 유형의 문제들을 확신이 설 때까지 계속해서 풀어보며 강한 근성을 기르는 것이 좋다.

▶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학습

교과서나 참고서를 공부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밑줄을 긋고 빈 공간에 수업 시간에 들은 내용을 빽빽하게 적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복습할 때 쉽게 요점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책을 참고하지 않고 한 권으로 다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에 무엇을 적거나 밑줄을 치고 표시를 할 경우 실제로는 반복적으로 복습을 할 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학습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 쉽다. 책에 많이 적고 다양한 표시를 해 두면 다시 읽을 때 밑줄 친 내용이나 적은 내용 이상을 생각하지 않게 되고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진전시키기도 어렵다. 나아가 밑줄을 치지 않은 부분을 무심히 흘려버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책에 아무 표시도 하지 않고 깨끗하게 비워두는 것이 좋은가?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을 상대로 한 다음의 실험은 시사 하는 바가 크므로 의미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 같은 과목 교과서를 두 권씩 준비하게 했다. 한 권에는 수업 중에 마음껏 적어 넣고 표시를 하게 했다. 그런 다음 복습할 때 처음에는 그 책으로 공부를 하게 하고 그 다음에는 아무것도 적지 않은 책을 읽으면서 앞서 적었던 내용을 상기하게 했다. 다음에는 다시 한 번 깨끗한 책을 읽으며 그 내용을 다른 관점에서 다양하게 생각해 보고 질문을 하게 했다. 그런 다음에 그 교과내용과 관련된 문제를 풀게 했다. 틀렸거나 맞히긴 해도 확실히 모르는 문제들에 대해 틀리게 된 과정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왜 틀리게 되었는가를 자세하게 설명하게 했다. 그런 식으로 정리를 하고난 다음 다시 한 번 교과서를 읽고 최종적으로 정리를 하게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자 실험에 참가한 대부분 학생들이 그 단원에 대해 완전학습이 이루어졌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 올바른 읽기와 개념

많은 학생들이 책을 읽을 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에 밑줄을 친다. 여러 색깔의 형광펜으로 보기 좋게 표시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다음에 다시 볼 때 전체 내용을 읽지 않고도 그 부분을 쉽게 찾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갈은 방식의 독서가 생산적이지 못하고 창의력을 떨어뜨려 깊이 있는 독서에 장애가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여려 차례 발표된 바 있다.

밑줄을 치거나 형광펜으로 표시할 경우 다음에 읽을 때는 앞뒤 문맥을 배제한 채 그 부분만 다시 보기 쉽다. 전체적인 이해도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처음 읽을 때 놓친 내용을 거듭 놓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글이 주는 느낌 또한 처음에 받았던 그대로 떠오르기 쉽고 창의적으로 발전시키기 어려워진다.

문학 작품이나 시집 등을 읽을 때는 아무 표시도 하지 않는 것이 직관력과 상상력을 배양을 위해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내용을 깊이 있게 음미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이 아니라 중요한 정보를 단순히 반복해서 암기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밑줄 긋기나 형광펜 사용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시각적 효과를 통해 핵심 내용을 눈에 확 들어오게 표시해 두면 단순 반복에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수준과 필요에 적합한 책을 고른 뒤 철저하게 이해에 중점을 두며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해가 쉽지 않다고 암기해 버리려는 학생들이 적잖은데 시간 단축의 측면에서든 기억력의 유지 측면에서든 훨씬 손해다. 어떤 내용이든 처음 접할 때의 자세가 대부분을 결정한다. 처음에 철저하게 이해하지 않고 대충 읽게 되면 나중에 다시 읽을 때도 건성으로 넘어가기가 쉽다. 특히 수험생들은 진도가 느리더라도 조바심을 내지 말고 개념과 원리의 이해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잠과의 전쟁

수험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최고의 학습 장애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잠’이라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잠을 줄여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라는 잘못된 믿음이 최대의 학습 장애 요인임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4당5락’이란 말은 사실이 아니다. ‘6당5락’이 더 맞다. 4시간 자면 반드시 떨어지고 5시간 자도 위험하다. 적어도 6시간 이상 자지 않으면 시험에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미국 브라운 대학 연구진이 잘못된 수면 습관이 미국의 10대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연구를 주도한 크롤리 교수는 “10대들의 주말 늦잠은 여객기를 타지 않고도 자신의 신체에 시차를 주게 된다. 이 때문에 생기는 주초의 피로가 수업 능력을 떨어지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이 한국 학생들에겐 학창시절 내내 지속된다.

고교생 대부분이 자정 이후에 잠자리에 든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새벽 한 두 시를 넘긴다. 문제는 하루 일과가 오전 8시 경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취침 시간과는 상관없이 아침 6시 전후에는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 년 내내 네다섯 시간만 자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늦게 자면서도 일찍 일어나야 하는 대부분 학생들은 오후가 되어야 정신이 맑아지고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크롤리 교수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하게 자야한다고 말한다. 푹 자야 수업시간에 긴장감을 유지하며 집중할 수 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오전에 맑은 정신이 유지되게 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수험생활의 적은 잠이 아니다. 잠에 대한 잘못된 믿음과 이를 강요하는 사람들이 삶과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자녀 교육으로 인한 온 가족의 야행성 생활은 학교와 직장에서 학습과 일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제 시간에 잠자기’ 범국민운동을 생각해 볼 때다.

도움말 지성학원진학지도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