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가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나섰다. 과기부는 올 하반기 건립 부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유치전도 불붙었다. 경북도는 16일 포항시, 포스텍과 함께 차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나선다고 밝혔다. 충북도와 전남도는 지난해 일찌감치 관련 기관과 협약을 맺는 등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강원 춘천, 인천 송도 등도 유치전에 합류했다.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기존 3세대 방사광가속기보다 빛의 밝기를 약 100배 이상 개선했다. 기초과학, 응용과학 등은 물론 생명·반도체·IT·나노소자 및 신소재 등 신성장동력 산업 기술 개발에 활용되는 대형 국가연구시설이다.

국내에는 포항에 3,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지만 연구 수요가 넘쳐 증설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건립비만 최대 8천억 원 등 1조 원 규모의 사업이다. 6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기대한다.

방사광가속기는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이후부터 주목받았다.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핵심 연구시설로 방사광가속기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

포항에 방사광가속기를 추가로 건립하면 시너지 효과가 확실시된다. 포항은 1995년 3세대 방사광가속기 준공 이후 25년간 가속기를 운영하며 축적한 연구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경북도는 부지 등 타당성 검토 끝에 포스텍 내 기존 3, 4세대 방사광가속기 인근에 10만㎡ 규모의 건립 예정지까지 마련했다. 지반 조사 등 사전 검토까지 마쳤다. 이곳은 기존 가속기의 부대시설과 연계 건립할 수 있다. 타 지역보다 1천억 원 이상 사업비 절감 및 1년 정도 사업 기간 단축 효과도 기대된다.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이고 차세대 가속기 활용을 앞당겨 산업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이점이 크다.

경북도는 가장 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유치 가능성은 어느 지역 보다 높아 보인다. 경북도도 내심 욕심내고 있다. 포항의 포스텍 내에 방사광가속기 클러스터를 형성할 경우 건립 및 활용 등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른 지역 보다 훨씬 방사광가속기 유치가 유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기존의 국책 사업 상당수가 입지 여건과 타당성 보다 정치적 고려에 의해 선정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형 국책사업들을 이러저러한 이유로 타 지역에 빼앗긴 전례가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방사광가속기의 포항 유치와 관련한 준비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역 정치권도 함께 뛰어야 한다. 정부 여당도 선정 과정을 공정하게 진행해 다른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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