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아침논단…2020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

2020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

김상진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2020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지역도서전은 대한민국의 지역출판물과 독서문화를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해 매년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 열리는 전국 규모의 책축제인 동시에, 독서축제다. 올해는 오는 5월22일부터 24일까지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수성못의 상화동산과 수성구립도서관인 범어·용학·고산도서관 세 곳에서 진행된다. 이를 위해 조직위원회가 지난달 29일 발족됐으며, 사무국을 중심으로 슬로건 공모전이 진행되는 등 행사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지역도서전은 지난 2017년 제주에서 시작됐다. 서울과 경기도 파주의 유력 출판사들이 국내 출판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 속에서도 지역문화를 보전하고 확산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지역출판사들이 모인 한국지역출판연대가 제주시와 함께 도서전을 개최하면서부터다. 이어 2018년에는 경기도 수원에서, 2019년에는 전북 고창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올해로 4회째다. 수성구는 지난해 고창에서 열린 한국지역도서전에서 몇몇 도시와의 경합을 거쳐 도서전 유치에 성공하면서 차기 개최도시 선포식에 초대됐다. 내년 개최지는 강원도 춘천으로 내정된 상태로, 오는 5월 상화동산에서 공식적으로 선포된다.

개최지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눈치 빠른 독자는 알아챘겠지만, 한국지역도서전은 각 권역의 출판 및 독서문화를 대표하는 기초자치단체에서 열리고 있다. 제주권에서는 제주시, 경기권에서는 수원시, 호남권에서는 고창군, 영남권에서는 수성구, 강원권에서는 춘천시가 그러하다. 혹시나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한다면 해당 기초자치단체는 해당 권역에서 출판 및 독서문화를 대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와 각오를 다진 끝에 인정받은 것이며, 자치단체 스스로와 지역주민에게 약속을 한 것이다.

출판문화 또는 기록문화가 의미 있는 것은 그 시대의 문화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의 출판문화와 기록문화에는 지역문화가 오롯이 담겨 있을 수밖에 없다. 대구의 문화, 수성구의 문화에 서울이나 파주의 출판사가 관심을 가질 리 만무하다. 이런 이유로 한국지역도서전은 지역출판사들의 출판물만 공유할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문화를 제대로 녹여내야 의미가 있다.

이 때문에 역대 한국지역도서전 조직위원회는 준비과정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2017년 제주에서는 ‘동차기 서차기 책도 잘도 하우다예(동네방네 책도 많네요)’란 슬로건을 내걸고 ‘4·3특별전’과 ‘올레책전’ 등을 펼쳤다. 또 2018년 수원 화성행궁 일대에서는 ‘지역 있다, 책 잇다’란 슬로건 아래 ‘신작로 근대를 걷다’ ‘도서관 속 수원, 역사와 문학을 담다’ 등의 특별전을 진행했다. 2019년 고창 책마을해리에서는 ‘지역에 살다, 책에 산다’란 슬로건을 내걸고, ‘할매작가 전성시대전’ ‘책감옥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 조직위원회도 어깨가 무겁다. 대구와 수성구의 문화 정체성을 제대로 조명함으로써 지역주민에게는 자긍심을, 외지 방문객들에게는 우리 지역의 문화적 특질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다. 특히 ‘고담시티’로 불린 적이 있을 정도로 부정적인 이미지만 있을 뿐 정체성이 모호한 대구는 물론, 졸부동네로 비춰질 수도 있는 ‘대구의 강남’이란 별명을 가진 수성구의 문화 정체성을 확인시켜줘야 한다. 현재 조직위원회의 구상은 다음과 같다. 대구의 문화 정체성은 고려시대 초조대장경이 팔공산 부인사에 보관됐으며, 조선시대 출판문화의 3대 거점 역할을 경상감영에서 수행했던 역사적 사실을 통해 대구가 영남권 기록문화의 본산이란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또한 수성구 파동에 있었던 계동정사가 대구 유생들에게 퇴계 성리학을 보급하기 시작한 대구 유학의 뿌리란 점으로 수성구의 문화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한국지역도서전에 의미를 부여할 또 다른 대목은 민간 주도로 추진된다는 점이다. 개최지 단체장인 김대권 수성구청장이 의례히 맡았던 조직위원장 자리를 사양하고, 시조시인인 문무학 전 대구문화재단 대표를 위촉했다. 또한 민간 전문가를 조직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임명함으로써 민간 전문가들이 행사를 주도하도록 체제를 갖췄다. 이밖에도 명실상부하게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한국지역도서전이 되도록 오는 25일까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슬로건을 공모 중이다. 또 1천 명이 1만 원씩 모아 지역출판대상을 시상하는 ‘천인(千人) 독자상’에 동참할 후원자도 모집한다. 아무쪼록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동반된 한국지역도서전을 통해 대구와 수성구의 문화역량이 확인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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