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완벽한 타인' 포스터

영화 '완벽한 타인' 원작, 결말, 해석, 줄거리가 주목받는 가운데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은 바로 '인생의 블랙박스'인 핸드폰에 잠재된 엄청난 힘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이른바 '핸드폰 잠금해제'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그린다.

'완벽한 타인' 무대인 저녁 식사 자리에는 40년 지기 고향친구와 그들의 배우자가 더해져 총 7명의 인물들이 함께한다.

시작은 장난스러운 게임이었다. "우리끼린 서로 비밀이 없으니까, 밥 먹는 동안 오는 모든 문자, 전화, 알람을 공개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예진(김지수)의 제안에 나머지 6명이 동의하면서 위험한 식사가 시작된다.

고르게 분배된 7명의 에피소드가 돌림노래처럼 흘러가며 지루함을 느낄 새없이 관객의 몰입도를 끌어 올린다. 투자 실패부터 불미스러운 관계까지, 다소 전형적일 수 있는 비밀들은 잘 짜여진 각본과 절묘한 타이밍의 힘을 얻어 충분한 긴장감을 준다.

당사자에겐 하지 못했던 비밀스러운 뒷담화는 애교다. 평온했던 가정을 뒤흔드는 비밀은 물론 40년지기 친구들 사이까지 갈라놓는 충격적인 사실들이 휴대전화를 통해 공개된다. 단지 저녁을 먹는 몇 시간 동안의 통화, 문자, 메신저 내용을 공유했을 뿐인데 진실과 오해가 뒤엉퀴면서 갈등은 고조된다.

영화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불륜으로 이혼한 또 다른 친구를 언급하며 "비밀은 알려야한다"vs"모르는 게 낫다"로 설전을 벌인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현실 속에서 한 번쯤 접했을 법한 이 대화는 그대로 관객을 향한 질문이 된다.

하지만 겹겹이 쌓아오던 서사가 마지막 결론에 가서 무너져 내린다. 인간 관계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부부의 신뢰를 깨뜨릴 수 있는 부분까지 확장되면서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요소를 남겼다.

영화 '완벽한 타인'의 원작은 '퍼펙트 스트레인저'다. 이탈리아 영화를 원작으로 전체적인 줄기는 같지만, 한국식으로 잘 해석됐다는 평을 듣는다.

흔쾌히 게임을 시작하게 된 이들의 비밀이 핸드폰을 통해 들통 나면서 처음 게임을 제안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상치 못한 결말로 흘러간다.

신정미 기자 jmshi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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