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이 취약계층을 강타했다. 우리 사회가 감염 공포에 휩싸이면서 가뜩이나 힘든 취약계층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고 있다. 당장 노숙자 급식소가 문을 닫았다. 헌혈 기피로 혈액 수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보건 당국의 적절한 조치가 시급하다.

5일 현재 중국 전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총 2만4천524명의 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했다. 492명이 숨졌다. 국내에도 확진자가 총 18명이 됐다. 우한 폐렴의 급속 확산에 따른 여파가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한 폐렴 공포가 저소득층 홀몸노인과 노숙자 등 취약 계층에 타격을 주고 있다. 감염 우려로 노약자를 한 곳에 모으기가 쉽지 않은 데다 급식 자원봉사자도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전국천사무료급식소는 5일부터 대구비산무료급식소 등 전국 26곳의 급식소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노숙자 등 이용자만 1만5천여 명에 달하는 곳이다. 무료 도시락 배달 봉사 중단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배식과 식사 보조를 하던 자원봉사자가 줄어든 때문이다. 홀몸노인과 노숙자 등이 밥을 굶게 될 형편이다.

지역에도 바로 불똥인 튀었다. 포항시는 5일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라 12개 무료급식소 운영을 2월 한 달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포항시는 급식소 대신 독거노인관리사와 찾아가는 복지서비스팀을 활용해 도시락을 나눠주기로 하는 등 불편이 없도록 했다.

마스크와 세정제는 우한 폐렴을 예방하는 데 필수품이다. 하지만 사재기 등과 과수요까지 겹치면서 시중에서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바로 취약계층이 타격을 받는다. 마스크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다. 가격도 올라 취약계층엔 부담이다.

혈액 수급도 초비상이다. 학생들이 방학을 맞는 겨울철이면 헌혈이 준다. 설 연휴까지 겹쳤다. 이런 마당에 우한 폐렴이 덮치면서 헌혈 참여가 크게 위축된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에 따르면 우한 폐렴 여파가 국내에 본격화된 지난달 20일 이후 지역 헌혈자가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혈액 수급도 비상 상황이다. 5일 현재 대구경북혈액원이 보유한 혈액량은 하루분에 불과한 전국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무료 급식 중단으로 노숙자와 홀몸노인 등이 밥을 굶는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가 나서 도시락 배달 등 별도의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취약계층에 대한 마스크 및 세정제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차질을 빚고 있는 혈액 수급도 홍보 강화 및 단체 헌혈 장려 등 특별 대책을 강구하길 바란다. 우한 폐렴으로 사회안전망이 붕괴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