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반점 / 한강

한강의 소설 ‘몽고반점’은 우리사회의 터부라 할 수 있는 형부와 처제간의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단순히 비윤리적인 섹스나 추악한 성애가 주된 관심사라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 작품은 좀 더 난해하고 상징적이다.

그는 비디오작가다. 그는 처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없어지지 않고 남아있다는 사실을 아내를 통해 알게 된다. 그는 처제의 몽고반점을 상상하며 성적 욕망을 갖는다. 처제는 정신질환으로 2년 전 자살을 기도했다. 지금은 대학가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다. 대학가에서 화장품 가게를 하는 아내는 처제로 인해 신경 써야 할 혹이 하나 더 달린 꼴이다. 그는 우연히 처제의 알몸을 보게 된다. 푸른 몽고반점을 보지 못했지만 30대 이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강한 성욕을 경험한다. 그 이후 그는 보디페인팅을 한 처제와 알몸으로 뒹구는 환상과 예술적 영감에 사로잡힌다. 그러던 중 작품구상에 대한 처제의 동의를 받아낸다. 예술적 영감을 받은 그대로 처제의 알몸에 보디페인팅을 한 후 포르노적 성향이 짙은 센세이셔널한 작품을 찍기로 기획한다. 남자모델로 후배를 섭외했으나 일이 여의치 않아 결국 주인공 스스로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렇게 되기를 잠재적으로 소망했다. 처제의 엉덩이엔 과연 엄지손가락만한 푸른 몽고반점이 멍처럼 남아있다. 비디오 촬영 중 그는 성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마침내 처제와 섹스하고 만다. 그 다음날 처제의 원룸에 온 아내는 둘이 잠들어 있는 사이 비디오작품을 보게 된다. 눈이 뒤집힌 아내는 그 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구급차를 부른다. 구급차가 오고 구경꾼이 몰려든다. 처제는 개의치 않고 벌거벗은 몸으로 베란다로 나가 햇빛과 바람과 교접하려는 듯 가랑이를 활짝 벌리고, 그는 강렬한 이미지로 번쩍이는 육체를 응시한다.

한강의 소설 ‘몽고반점’은 탐미와 관능의 세계를 수준 높은 미적 마인드로 정밀하게 묘사한 ‘예술가 소설’의 좋은 본보기라 할 만하다. 작가는 심미주의와 관능적 여체를 예술적 영감으로 승화시키고자 욕망한다. 유교사회에서 터부시하는 처제와의 섹스와 강렬하고 도발적인 성욕을 추하거나 거부감 없이 처리한 점에서 작가의 단단한 내공을 엿볼 수 있다. 냉엄한 현실과 예술적 아름다움을 조화롭게 양립시키거나 혼연일체로 합성시키는 작업에 얼마나 힘든 고통과 파국적 희생이 따르는지 작가는 비장한 각오로 웅변한다.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처절하게 고민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정치한 묘사와 유려한 문체로 탐색하고 있다. 맨 정신으론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고 미쳐가야 하는 과감한 상황 설정은 양 세계의 화동할 수 없는 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채식주의자인 처제의 식물적 이미지와 광합성을 하는 나뭇잎 같이 생긴 몽고반점을 연계시킴으로써 근원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기제로 활용하고 있다. 몽고반점은 작가의 의도를 떠나 다의적으로 해석된다. 몽고반점은 어린아이에게 있는 표식이라는 점에서 어른이 가질 수 없는 잠재적 욕망이고 성인이 된 후에는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순수한 동경이다. 몽골 초원에서 말 달리던 시절의 아득한 추억을 불러오는 장치로 작용하여 원시적 꿈과 태생적 향수를 자극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몽고반점을 인간의 근원적 상흔이나 퇴화되지 않은 욕망의 원형질로 볼 수도 있다. 소설 ‘몽고반점’은 현대문예이론인 ‘몸 담론’을 통해 원초적 ‘순수성’을 그리워하는 현대인의 정신적 갈증을 잘 보여준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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