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아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세상이 좁아지고 어쩌면 하루 만에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게 되면서 좋아진 점도 있지만, 가끔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일도 생기곤 한다. 작년 말부터 중국에서 한 두건 보고되는 듯 하다가, 이제 우리 주변에 성큼 다가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제까지 보고되기로 이번 바이러스는 메르스보다는 약하고, 사스보다는 강하다고 하는데, 아직 드러난 것이 별로 없으니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어쨌든 출근길 버스 안을 보면, 조금씩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보면 조금씩 보통 사람들에게도 막연한 불안감을 만드는 존재로 다가가는 것처럼 보인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코로나(원 둘레에 방사형으로 둘러쌓인 생김새) 모양이라서 생긴 명칭이다. 이 바이러스는 보통 인간에게 가벼운 감기 증상을 일으키고, 병원성이 약하며 사망률이 매우 낮다. 문제는 이 바이러스들이 다른 동물들의 종에서 옮겨 오는 경우다. 그들이 새로운 숙주에게 적응하는 과정에서 치사율이 높은 경우가 왕왕 생기곤 한다. ​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인 사스는 사향고양이나 박쥐에서 메르스는 낙타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모두 일반적인 가축은 아니며, 산 채로 인간과 밀접한 접촉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인으로는 우한 시장의 박쥐가 지목되고 있다. 아마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박쥐를 사 와서 살아있는 채로 무엇인가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때문에 인류에게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옮겨온 것이다.

​바이러스의 전파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우한이라는 도시의 단 한 사람에게서 인류 처음으로 발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하필 전염력이 강한 변형이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대부분 초기 감염군에서 전염력이 매우 높은 사람이 나와 병의 확산에 일조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초기에 진압될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게다가 그 사람은 우한이라는 대도시에 살았다. 시골에서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면, 인구 밀도가 낮아 잘 퍼지지 않았을 것이며 대처 시간이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한은 중국의 대도시를 잇는 교통의 요지이며 인구가 1,000만이다.

보통 바이러스는 몸에 들어가면 잠복기를 거친다. 대체로 잠복해서 조용하게 머문다. 2~3일에서 최장 2주 정도다. 이때는 대체로 전염 능력이 떨어진다. 그러다가 증식기가 찾아온다. 바이러스는 개체 수를 늘리면서 숙주의 몸을 공격한다. 이 증상이 발열, 인후통, 무기력이다. 특히 발열은 이번에도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관찰되었다. 그래서 전염성을 발열로 체크하는 방법은 완벽하지 않지만 가장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감염 경로는 일반적인 코로나 바이러스와 비슷하다고 여겨진다. 감염자의 분비물이 타인에게 들어가는 기전이다. 여기서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것이 공기 전염인데, 길을 걷다가 걸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인체에게서 나온 분비물 속의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떠서 감염에 충분할 정도의 역가를 잃지 않고 살아남다가 행인의 호흡기로 들어갈 정도로 강력해야 하는데, 어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도 이 정도는 드물다.

일반적인 예방법은 늘 똑같다. 감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는 밀접한 접촉을 피하고 사람 많이 모인 곳에 가지 않고, 손을 잘 씻으며, 마스크를 쓰고, 기침을 소매에 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손 씻기다. 손은 대부분 전염병의 매개다. 보통 사람의 비말이 직접 얼굴에 튀는 일보다는, 그 비말이 어딘가에 묻었는데 손으로 만져서 몸으로 들어올 확률이 더 높다. 비누로 흐르는 물에 손을 씻으면 균은 거의 다 날아간다. 적어도 감염을 일으키기에 균의 역가가 부족해진다. 마스크는 감염자의 비말이 날아가지 않거나, 공기 중의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기침을 소매에 하는 이유는 분비물을 공기 중이나 손, 벽에 뿌리는 것보다는 소매가 타인에게 감염될 확률이 가장 적기 때문이다. 물을 많이 마시고 건조한 환경을 피해야 한다.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물은 몸이 덥히거나 식히지 않아도 되어 몸에 무리가 안 간다. 게다가 구강과 인후를 씻어낼 수 있다. 수분이 많아지면 균의 역가가 낮아지는 효과도 있다. 모두가 이들만 엄격히 지킨다면 바이러스는 사멸의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항상 많은 세균과 바이러스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은 몸의 면역계가 알아서 물리친다. 컨디션이 나쁘고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으면 감기에 잘 걸린다. 그래서 바이러스가 유행할수록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 본인이 ‘컨디션이 좋다’라고 느끼면 그만큼 더 좋은 지표가 없다.​

이성적으로 최대한의 예방 조치를 취했다면 더 이상의 공포심은 금물이다. 사태의 추이를 잘 지켜 보는 것이 좋겠다. 나부터 조심하는 습관이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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