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포비아, 경제에 치명적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세계 경제가 중국의 우한폐렴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 달러화와 엔화, 금 등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지는 대신 주식시장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시장에서는 자금이탈이 이어지는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세계 경제를 공포 속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대에 들어서만도 2003년 사스(SARS),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MERS)라는 세계적 규모의 전염병을 3차례나 경험한 바 있고, 그때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크건 작건 경제적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사스와 신종플루의 발병지였던 중국과 멕시코는 당시 경제성장률이 1%p 정도 하락했고, 이들과 경제적으로 연관성이 높은 국가들도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 더군다나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28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인적 피해도 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천만다행으로 사스로 인한 사망 피해는 없었지만, 이후 신종플루와 메르스로 인해 각각 270명, 38명의 고귀한 생명을 잃은 바 있다. 국내외 유력 경제전망기관들은 3번의 전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적어도 0.1~0.3%p 정도의 경제성장률 손실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우선, 발병국의 대응 자체가 변했다. 중국의 경우, 질병의 파급력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대응이 지연되면서 피해를 키웠던 사스 때와는 달리 상당히 빠른 속도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1일 우한폐렴을 사스와 메르스급 질병으로 지정하고, 대응은 그보다 더 강한 흑사병 등의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물론 발병지와 가까운 우리나라나 일본 등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거의 모든 국가들도 검역과 예방조치를 강화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는 이전과는 달리 조속한 시일 내에 사태가 진정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낙관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런 낙관론은 과거에 있었던 사스와 메르스 당시 입었던 경제적 피해가 오래가지 않았다는 경험치가 반영된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만으로 현재 번지고 있는 비관론이 쉽사리 사그라질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당장 중국경제만 보더라도 그렇다. 우한폐렴 확산 우려로 인한 가계심리 악화가 경제성장률의 60% 이상을 의존하는 소비 둔화로 이어진다면 5%대 성장의 현실화는 피할 수 없다. 이로 인해 확대될 국제금융시장의 리스크와 중국의 수입 수요 감소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우리나라도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차이나 포비아(China Phobia) 현상이다. 두려움이나 공포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포보스(Phobos)를 어원으로 하는 포비아는 객관적으로 볼 때 전혀 위험하지도 않고 불안하지도 않지만,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금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여론이 악화되면 언제든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번질 수 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항공, 호텔, 소매 등 관광을 둘러싼 전후방산업 전체에 피해가 발생함은 물론 이로 인한 경기둔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 당연히, 중국인 관광객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으며 총 1,700만 명을 상회하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30% 이상이 중국인 관광객인 우리나라도 그중 하나다. 더군다나, 전체 수출의 25% 이상을 중국에 수출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외환시장이나 주식시장으로 차이나 포비아가 확산되는 것은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에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에 엄청난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은 참으로 놀랍다. 지금은 일방적으로 차이나 포비아 현상에 올라탈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피해를 막기 위한 공조가 필요한 때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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