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도입된 법인택시의 ‘전액관리제’가 거의 무용지물이 됐다. 택시 업체와 기사들이 소득 감소를 우려, ‘사납금제’ 대신 도입한 ‘전액관리제’를 아예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과 현실이 따로 노는 대표적인 탁상행정이 됐다. 전액관리제를 위반한 업체·기사는 과태료 폭탄이 불가피해 소송 등 또 다른 부작용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올해 법인택시의 ‘사납금’ 제도가 전면 폐지되고 택시 기사가 월급을 받는 ‘전액관리제’가 첫 시행됐지만 대구지역 법인택시 89개(6천17대) 업체 중 노사 임금 협상이 이뤄진 곳은 한곳도 없다. 이에 업체와 기사 모두 사실상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 전액관리제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올해부터 시행됐다.

업체와 기사는 전액관리제를 할 경우 실질 수입이 줄어들 뿐 아니라 기본급이 올라 세금과 4대 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고 우려하고 있다. 택시 업체도 기사 퇴직금과 세금 부담이 는다. 전액관리제는 택시 기사가 승객 요금을 회사에 모두 내고 회사는 기사에게 일정한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택시업계는 그간 기사가 하루 운행 시 일정 금액을 내고 추가 수익은 기사가 가져가는 방식의 사납금제를 운영했다.

다음 달 10일 법인택시 업계의 월급날을 앞두고 대구시가 전액관리제 미시행 업체와 근로자에 대한 과태료 처분을 예고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기사들은 임금이 정해지지 않은 마당에 번 돈을 모두 회사로 넣으라니 말이 되냐며 전액관리제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택시업계도 고민이 깊다. 기사가 수익금을 자발적으로 회사에 납부하지 않으면 강제로 받을 방법이 없을뿐더러 위반 과태료가 업체는 1차 적발 시 500만 원, 2차 적발부터는 1천만 원이다. 기사는 적발될 때마다 50만 원을 내야 한다. 업계와 기사 모두 부담이 적지 않아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법인택시조합은 과태료 부과 시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물러설 기미가 없다. 대구시도 법정사항으로 전액관리제를 유예할 방안이 없다며 중앙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겠다고만 밝히고 있다.

이는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양상이다. 서울에서는 노사 임금협상까지 마쳤지만 이름만 바뀐 사납금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되레 기사에게 더 불리해졌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택시 기사의 생활 안정을 꾀할 목적으로 마련된 전액관리제가 현장 목소리를 외면한 채 시행하려다가 벽에 부딪혔다. 국토교통부는 현황을 제대로 파악, 이른 시일 내에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더 이상 혼란은 없도록 해야 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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