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조청으로 만드는 한과(韓菓)||교육과 열정을 만들어 낸 한과로 부농을 꿈꾸는 강소농 |
먹거리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밀가루나 쌀가루에 설탕과 우유 등을 섞어 굽거나 튀긴 과자의 역사는 어떠했을까? 출출하거나 심심할 때 주로 먹던 과자는 언제부터 먹었을까?
◆ 교육 마니아 농산물 가공에 도전
도 대표는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평범한 농부였다. 벼농사를 지으면서 사슴을 사육했다. 지금도 사슴 5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농산물 가공에 발을 들인 것은 교육에 대한 열정의 결과다. 농사일로 바빴지만 교육이라면 빠지지 않고 들었다. 농업기술센터 문턱이 닳을 정도로 드나들었다. 자신과 상관없는 작목도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
◆ 손맛을 먹는다는 수미담 유과
농장이름이 독특하다. 한자어로 手(손 수) 味(맛 미) 啖(먹을 담)을 조합해 만들었다. 손맛을 먹는다는 의미다. 손맛을 강조하는 것은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았고, 중요한 공정은 수제 공정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 가족 간의 역할 분담
유과 제조에는 전 가족이 참여한다. 각자의 역할도 구분되어 있다. 떡을 만들고 튀기는 제조과정은 도 대표와 남편의 몫이다. 건조한 떡의 수분 함량과 기름의 온도, 튀기는 시간은 오랜 경험과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손으로 만드는 떡의 두께는 고도의 감각이 필요해 초보자는 만들기 어렵다.
◆ 한과로 신지식농업인에 등극
도 대표는 2018년 식품가공분야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됐다. 농식품부에서 선정하는 신지식농업인은 농업·농촌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농업인을 대상으로 창의성, 실천성, 가치 창출성, 자질 등을 기준으로 선정한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454명의 신지식농업인을 선발했다. 2018년에는 66명의 후보자가 치열한 경쟁을 거쳐 16명이 최종 선발됐다.
◆ 손주에게 먹이는 마음으로 만드는 한과
도 대표가 추구하는 경영원칙은 하나다. 손주들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한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좋은 재료에서 좋은 먹거리가 나온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한과의 원료가 되는 쌀과 조청을 만드는 참외도 지역에서 생산된 것만을 사용한다. 청결을 유독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런 노력 덕분에 재구매 고객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어떤 고객은 신혼 초에 시댁에 수미담 한과를 들고 갔다가 시아버지로부터 ‘이런 한과는 처음 본다’는 칭찬을 듣고는 매번 한과를 사들고 간다고 한다. 2018년 LA식품 박람회에서 한과를 구입한 고객이 국제전화로 주문했으나 택배요금이 너무 많아 보내지 못했다. 그 고객은 얼마 뒤 한국 방문기회가 생기자 성주까지 직접 찾아와서 한과를 구입해 가기도 했다.
◆ 사슴과 연계한 한과 체험농장
수미담 식구들의 꿈은 한결같다. 전통식품인 한과를 널리 보급해 그 우수성을 알림으로써 한과시장을 확대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과를 주제로 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교육농장을 만들려고 한다.
또 자신의 한과 제조기술을 주변 농가에도 공개해 참여 농가들과 함께 가고 싶어 한다. 농장에서 사육 중인 사슴과 한과를 연계시키는 특별한 체험농장의 그림도 그린다. 성주의 특산물인 참외를 이용한 참외식혜를 만드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전통식품인 식혜에 달콤한 참외를 가미시킴으로써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의 손에 커피 대신 참외식혜가 들리는 날을 기대해 본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