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연초부터 세계 경제에 새로운 암초가 등장했다. 지난 3일 새벽에 있었던 미국의 이란 군부 지도자 참수작전과 이란 정부의 보복 선언에 따르는 양국 간 전면적인 군사적 충돌 또는 긴장 상태의 장기화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 정도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기라도 한다면, 과거 2차례 있었던 오일쇼크 때처럼 국제유가 급등은 물론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을 통해 세계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차 오일쇼크는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당시 OPEC(아랍석유수출국기구)이 원유 생산량의 25%를 감산하면서 발생한 세계적인 불황이었다. 유가는 1년만에 3배 이상 급등했고, 세계 경제성장률은 6%대 후반에서 2%대 후반 정도로 급락했다. 2차 오일쇼크는 1978년 OPEC의 자원민족주의 채택과 유가 인상 조치 및 이란의 석유 수출 중단이 맞물려 발생했다. 1980년까지 유가는 약 2.8배, 세계 경제성장률은 3%대 후반에서 1%대 초반으로 낮아졌다.

우리 경제가 입은 피해는 더 컸다. 1차 오일쇼크 당시에도 성장률이 급락하고 물가도 20% 이상 상승하는 등 위기였지만, 2차 오일쇼크는 더 큰 위기였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가운데 물가는 20% 후반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그야말로 스테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좀 더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단행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추론에 근거한다. 이란의 경우, 2010년대 들어서만도 수차례나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경고했지만, 실행에 옮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이유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에 의한 군사적 보복뿐 아니라 바로 지척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레이트와 같이 호르무즈해협을 끼고 있는 주요 원유 수출국들의 군사적 보복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이는 지금도 여전히 이란의 결정을 가로막는 위협으로 남아 있다.

만약에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없다면 다음은 더 낙관적인 기대가 가능하다.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세계 전체 원유 생산의 2% 정도에 불과해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로 인한 이란의 원유 생산 감소 및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그 정도는 충분히 공급할 수 있어, 국제유가가 생각보다 훨씬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반응은 이런 낙관적인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먼저 지난 3일 미국의 참수작전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변화를 살펴보자. 이란이 포함된 중동지역을 대표하는 두바이유는 물론 WTI(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 영국 북해의 브렌트유 등 세계 3대 유종의 가격이 급등하는 한편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90달러 중반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보다 50% 정도 상승한 수준이다. 더욱이 이러한 불안감을 반영이나 한 듯 대표적인 안전자산 중 하나인 국제 금 가격은 하루 만에 온스당 20달러 이상 급등했고, 달러화와 엔화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시장의 심리도 빠르게 퍼졌다.

국내 금융시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등 원화 가치와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한편 5만 원 중반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금 가격도 6만 원 가까이 치솟았다. 당연히, 시중 유통 기름값 상승세도 이어졌다.

이처럼 지난 며칠만 돌아봐도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장기화된다면 그 피해는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뻔한 사실이다. 비록 지난 1, 2차 오일쇼크가 있었던 당시에 비해 국제정세도 많이 변화했고, 한국경제의 체력도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이번 사태도 찻잔 속의 태풍에 지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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