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은 과학의 시작이다. 단순 호기심으로 파고들기 시작하다보니 새로움을 찾았고 이는 결국 우리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들은 단순 호기심으로 시작해 놀라운 발견과 업적 등으로 우리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과학자부터 바이러스의 놀라운 능력까지 다루는 분야는 다르지만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배리 마셜 교수와 함께하는 노벨상으로의 시간 여행

배리 마셜, 로나 헨드리 지음/라임/188쪽/1만2천800원

해마다 10월이 되면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스웨덴에 시선을 집중한다. 노벨상 주인공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사실상 노벨상은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이자 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이다.

노벨상은 스웨덴 출신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제정한 것으로,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 부문에서 ‘지난해 인류에 가장 크게 공헌한 사람들’을 뽑아 해마다 상을 주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노벨 사망일인 12월10일에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약 10억9천만 원의 상금과 함께 메달과 증서가 주어진다.

이 책에서는 2005년에 ‘위염과 위궤양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박테리아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배리 마셜 교수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가 노벨상 수상자들을 직접 만난다. 나이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들 한 명 한 명이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상을 더욱더 눈부시게 발전시켰을 뿐 아니라, 인류의 삶을 한층 더 윤택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이다.

책에서 무엇보다 과학자가 지녀야 할 태도와 관점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프랜시스 크릭은 공동 작업을 하라고 권하고 마리 퀴리는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투유유는 환자들이 완치됐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하고, 리타 레비 몬탈치니는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결국 노벨상을 타기 위해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과학 분야를 찾아서 깊게 파고드는 것이 자기 자신에게도 인류를 위해서라도 가장 좋은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각 장의 말미에 붙은 ‘노벨상 뒷이야기’를 통해 본문 내용과 연관된 주제로 노벨상 수상자들을 별도로 묶어서 정리해 준다.

◆마블이 설계한 사소하고 위대한 과학

세바스찬 알바라도 지음/하이픈/352쪽/1만7천 원

책은 창의적인 사고와 실재하는 과학을 통해 창조된 마블 히어로들의 힘과, 그들을 실제로 재현해낼 방법을 소개하며 히어로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마블 유니버스에서 설정하고 있는 가상의 과학을 분석하고 현실에서 진행된 그와 닮은 연구를 소개한다. 43개의 주제롤 그자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에 등장하는 장면을 살펴보고 마블의 과학 설정과 이에 대응하는 현실 기술을 자세히 설명한다.

최근 마블 시리즈 내의 가장 큰 세계관 변화는 양자 역학을 응용한 ‘시간 여행’이었다.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처음 등장한 양자 영역에 대한 설정은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서 중심 서사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몸의 크기를 원자만큼, 그보다 더 작은 양자만큼 줄이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고스트와 행크 핌 박사의 수많은 그림자는 어떤 과학적 현상을 묘사하고 있는 걸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가 사실 또 다른 우주의 일부라면, 그러니까 다중 우주론이 실제라면 이를 이용해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등

이 질문들은 꽤 진짜 같아서 영화적 상상력을 떠나 현실에서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다.

책의 저자는 과학자의 눈으로 마블의 각종 설정을 바라보며 리얼한 현실 과학을 풀어놓는다. 앤트맨의 양자 영역에 프랙털 우주론과 양자 중첩 상태를 연결하듯 말이다. 그의 눈을 통해 우리는 현존하는 과학과 상상력의 유사도를 비교하며 오랫동안 꿈꾸던 미래가 이뤄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과학을 알면 우리에게 오고 있는 어떤 미래를 충분히 이해하고 만끽할 수 있다. 히어로가 된 블랙 팬서와 빌런이 된 킬몽거에게서 유전학을,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 솔져에게서 냉동 인간 기술을, 타노스의 리얼리티 스톤에서 광학을 찾을 수 있다.



◆바이러스

메린린 루싱크 지음/더숲/260쪽/2만8천 원

이 책은 ‘어떻게’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작용하며, 바이러스가 자신을 복사하고 포장하며 숙주와 상호작용하고 면역체계에 대응하는지 등 바이러스의 놀라운 능력들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사람·척추동물·식물·무척추동물·진균류 등 다양한 숙주에서 발견된 101가지 대표 바이러스를 특징을 살린 그림과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사진들로 흥미롭게 풀어낸다.

미국의 대표적인 바이러스학자이자, 현재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허크생명과학연구소의 전염성질환역학센터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저자는 바이러스의 실상을 하나하나 밝혀낸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아직 대다수가 미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두, 홍역, 두창, 우역, 광견병 등의 질병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바이러스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무시무시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밝혀지고 바이러스학이 발전했다. 잘 알려진 예가 바로 우연한 계기로 발견된 바이러스 백신이다.

18세기 말 영국의 시골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우두라는 가벼운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천연두에 면역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를 천연두를 예방하는 데 적용했다. 당시에는 천연두가 바이러스로 감염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던 때였다. ‘백신(vaccine)’은 소라는 뜻의 라틴어 ‘백시니아(vaccinia)’에서 유래했다.

바이러스의 숙주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라 할 만하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부터 박테리아, 원생생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모든 바이러스가 숙주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숙주가 살아야 자신들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바이러스들은 숙주는 물론, 지구에게 이로운 기능을 한다.

바이러스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은 만큼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분야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바이러스가 지구를 생명체가 살아가는 행성으로 만든 주역이라는 점이다. ‘바이러스의 세계’라고 할 법한 지구에서 많은 학자들이 바이러스에 적절히 대처하고, 또 바이러스를 알맞게 이용할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두려움은 잠시 내려놓고, 흥미로운 바이러스의 세계로 빠져보기를 권하고 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