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은
▲ 이동은
첫번째 성형수술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연말을 앞둔 12월 초, 모녀가 병원을 찾아왔다. 대구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모녀는 몇 년 전 쌍꺼풀 수술을 한 뒤 생긴 문제로 고민을 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재 수술할 병원을 알아보는 중이었다.

수년 전, 서울에서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한쪽 눈의 멍과 부기가 빠지지 않은 채로 계속 있다가 그것이 그대로 쌍꺼풀 라인으로 고정되어 버린 상태였다.

두꺼워진 쌍꺼풀을 얇게 만들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고 한다. 수술한 병원을 믿을 수 없게 되어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면서 부기 빼는 주사도 맞아 보고 진찰도 수없이 받았다고 한다.

벼르고 별러서 첫 번째 수술을 한 것이 이런 결과를 맞게 되어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고쳐야 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쌍꺼풀의 상태를 여러 각도로 사진 촬영해 함께 비교해 보았다. 한쪽 눈의 부기가 늦게 빠지면서 쌍꺼풀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 눈꺼풀을 당겨 주는 근육 주변의 연결 부위가 느슨하게 풀어져 버린 것이 보였다. 또 수술 후 처치를 여러 차례 하면서 수술 부위 주변으로 흉살이 생겨 눈을 뜨는 것을 방해하는 유착 현상이 생겨 있었다.

그 결과 쌍꺼풀은 두꺼워지고 눈은 제대로 떠지지 않아 눈이 반쯤 감겨 보이는 모습이 된 것이다.

현재 상태를 모녀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고, 경험이 많은 다른 의사들에게도 상담을 충분히 한 다음, 가장 자신과 맞는 병원을 결정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그렇게 이야기해 주고 난 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며칠 후 그 모녀가 다시 찾아왔다. 이런 재수술의 경우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이전 수술로 인해 생긴 원망이 쓰나미처럼 재수술한 의사에게 돌아오기 마련이어서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흉터 살 사이로 충분히 마취한 다음, 피부 절개를 조심스럽게 시작했다. 한 층 한 층 세심하게 피부조직을 들어내고 이전에 수술한 부위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찾아 들어갔지만, 아뿔사! 눈 뜨는 근육이 있어야 할 자리에 근육은 보이지 않고 흉터 살만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이리 들추고 저리 들추어 보아도 흉터 살만 깊이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혹시 이전 수술을 하면서 눈뜨는 근육이 다 잘려버렸나? 아래쪽으로 한 층씩 더 들어가 보니 흉터 살 아래쪽 한구석에 근육처럼 보이는 조직의 일부분이 살짝 보인다. 그것을 붙잡고 안으로 공간을 펼치고 들어가니 이제야 근육이 보인다. 흉터 살과 근육이 함께 붙어 있어서 근육이 힘을 쓸 수 없어서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았던 것이다.

근육 전체를 더이상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분리해 주었다. 근육의 힘이 좀 더 강해질 수 있도록 당겨내어 원래의 자리에 봉합해 주었다. 그러자 눈이 제대로 떠지면서 감긴 듯한 눈이 제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 보였다.

눈 뜨는 것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눈을 감으니 다 감기지 않는다. 아마 이전 수술로 인해 붙어버린 조직과 함께 눈꺼풀 피부를 너무 많이 잘라낸 탓으로 얼마 동안 눈을 뜨고 자는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오랜 시간 고생했던 수술의 후유증을 고치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회복되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제 눈의 모양을 바로 잡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한 시름 놓였다.

첫 수술의 결과가 좋지 못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고생을 하다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은 쉽지 않은 수술 과정에서 눈꺼풀을 당겨 올리는 근육의 일부가 내 눈에 들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기에 나로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동성로의 거리를 걸어 다니고 있으면, 눈과 코에 테이프를 붙이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로 다니는 학생들의 숫자도 부쩍 늘어난 것을 느낀다. 수능이 끝나고 성형수술을 위해 찾아오는 환자들로 조금씩 붐비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의 첫발을 내디디는 이들에게 첫 성형수술이란 어떤 의미일까?

의사에게도 자신의 첫 성형수술을 위해 찾아오는 환자들은 특별하다. 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몸에 메스를 대는 환자들이 수술결과에 오래도록 만족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 친구에게 물어보거나, 인터넷이나 광고, 입소문을 따라 가장 유명하다고 생각되는 곳을 찾아가 자신의 첫 수술을 하기 원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자신의 얼굴 상태를 정확하고 꼼꼼하게 확인하고 자신에게 가장 적당한 방법을 선택해줄 의사, 수술 과정이나 수술의 장단점에 대해 과장되지 않고 충분히 설명해 줄 수 있는 의사를 찾는 일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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