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용수
▲ 오용수
벽은 허물고 마음을 열고

오용수

대구관광뷰로 대표이사

각국 정상들이 제 나라 챙기기에 열중이다. 세계 질서를 지키는 역할을 담당하던 미국이 내 나라가 잘 살기 위해서 상대방을 옥죄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중국도 미국과 경쟁하듯 중국 중심의 세계전략을 펴고 있다. 여기에 방해가 되면 누구든 가리지 않고 강력히 대응한다. 일본도 경제를 앞세워 외교, 군사적인 면에서도 세계 강국임을 과시하며,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

나라 안도 마찬가지다. 여야도 정권을 잡으면 내로남불로 치닫기 일쑤다. 지역 간에도 내 곳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정부가 수차례 확인해도 부산은 마이동풍으로 가덕도 신공항을 주장하고, 대구시 청사 건립지를 내 구역으로 유치하기 위해 몇몇 구청이 올인하는 듯하다. 민간에서도 몇 년 전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받으려고 재벌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관광산업 육성과 관광객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마침 한국, 일본, 중국 등에는 인구 백만 도시가 100개나 있기에 관광객들이 많이 오가곤 한다. 그런데 3국 간에도 관광객의 편차가 심하다. 한·중 간에는 4백만 명 전후로 엇비슷하다. 그런데 한·일 간에는 거의 2배 차이가 난다. 2014년만 하더라도 한국에 오는 관광객이 1,420만 명으로 1,341만 명이 온 일본보다 많았는데, 작년에는 일본의 절반이 되었다. 불과 4년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을까?

한국은 부족한 인프라와 콘텐츠를 마케팅으로 메꾸며 서서히 성장하였는데, 2017년부터 주 시장이었던 중국 관광객의 급감으로 주춤할 사이, 일본은 한국에 오던 중국인까지 껴안으며 고속 성장을 질주하였다. 여관, 호텔, 철도와 항공 등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고, 온천과 초밥, 디즈니랜드, 유니버설스튜디오 같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민관 합동으로 마케팅을 펼치자 그 효과가 나타났다. 또 민간에서는 전통적인 오모테나시(환대) 서비스를 강화하고, 정부는 대규모 시내면세점보다 주요 관광지에 즉시 환급 면세제도를 도입하여 관광객이 현장에서 물품을 바로 받을 수 있도록 실효성을 높였다. 민간업체도 단말기 도입과 면세서류, 포장 등 일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매출 증대를 위안으로 기꺼이 받아들였다.

최근 한·일갈등으로 인한 한국인의 일본여행이 급감하자, 한국 항공사들이 일본노선 운항편과 좌석을 약 30% 줄였다. 그러자 오이타, 돗토리 등 지방공항에는 국제노선이 사라졌고, 10월 일본을 찾는 관광객도 5.5% 감소했다. 이쯤 되면 관광과 항공을 함께 다루는 국토교통성이 당장이라도 일본 국적 항공사에 취항을 권할 텐데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현(県)이나 시 간부들이 한국 항공사를 찾아다니며 복항을 요청하고 있다. 결국 한국 국적기가 재취항하면 한국인들이 일본여행을 하기 쉽고, 일본 국적기가 취항하면 일본인의 한국여행이 늘어날 것이므로 지금 어렵더라도 참는 것이다.

그럼 우리도 일본 국적기 취항만 요구하고 한국 비행기 복항을 미루는 것은 치킨게임이 되고 만다. 한편 양국의 관광·항공산업 발전을 위해서 양국의 항공기 취항 편수도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양국의 승객 비율도, 비즈니스객과 관광객도 균형을 이루고, 모두가 이용가능한 시간대에 운항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최근에 열린 관광과 항공 협력 포럼에서 항공사도 외국인 방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양국 승객이 균형을 이룰 곳에 우선 취항하고, 일본측이 일정 비율의 탑승률을 보장하는 곳에 차례로 복항하면 된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치하는 자가 짧은 승리를 얻을지는 모르나, 포용하는 자가 최후 승리를 거두게 된다. 칭기즈 칸은 작은 부족국가에서 시작했지만, 정벌한 곳에 자율권을 주면서 그 지역민을 앞세워 다음 정벌을 했고, 단기간에 대제국을 형성할 수 있었다. 미국도 자유와 평등을 바탕으로 흑인과 백인, 이민자, 유학생 등 누구에게라도 문을 열었기에 지구촌의 인재들이 미국으로 모여들었고, 오늘날 최강국이 되었다.

대구와 경북은 시장, 도지사가 앞장서서 교체 근무를 하며 관광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이낙연 총리 주재로 국가관광전략회의가 지난 12일 청주에서 열렸다. 벽은 허물고, 마음을 열고 서로 협력하면 우리 관광도 우뚝 설 수 있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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