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얼마 전 자동차 업계에서 환영할만한 일이 있었다. 현대자동차가 미래자동차 중 하나인 수소전기차 판매에서 올 10월까지 누적기준으로 3,600대 이상을 팔아 세계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그것도 일본의 도요타를 제치고 말이다.

아직은 판매 규모가 작고 내수시장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90% 이상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완성차 메이커들도 거의 비슷한 환경 아래서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다.

특히 BMW나 벤츠, 아우디 등 독일 기업은 물론이고 상해자동차와 우통버스 등 중국 기업들조차도 경쟁에 뛰어드는 등 앞날이 험난해 보이는 가운데 성장기반을 다질 기회를 선점했다는 측면에서는 더 반길 일이다. 또 하이브리드나 전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같이 수소전기차 이외에는 후발주자였던 우리 자동차 업계가 선발주자로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도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우리 자동차 업계의 앞날에 대한 걱정과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불안감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우선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이미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시장의 부진으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중국을 대신할만한 거대시장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사실이어서 우리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는 자동차의 개념이 CASE(Connected, Autonomous, Sharing & Service, Electric)로 알려진 신기술 및 서비스를 기반으로 확대되고 변화되면서 가져올 불확실성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공유차, 전기차 등이다. 이 가운데 우리 자동차 업계가 과연 얼마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구조조정을 통해 미래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몸부림을 보면 걱정은 더 커져만 간다. 대표적인 사례로 독일의 아우디는 전기차 기술 등 미래자동차 관련 부문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 2025년까지 독일 내 직원의 16%에 해당하는 9,500명을 감원할 계획이고, 일본의 닛산도 2022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만 2천명 이상을 감축하여 자율주행차 개발 자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뿐이 아니다. 독일의 다임러와 BMW, 미국의 포드와 같은 완성차 업계는 물론 독일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콘티넨탈도 구조조정에 뛰어들었다.

향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자동차 업계에 몸담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동참할지 모를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자동차 업계도 절대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미래자동차 시장이 수년 내에 급격히 확대되어 디젤이나 가솔린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자동차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머지않은 미래에 기존 자동차 시장이 미래자동차 시장으로 대체되는 날은 분명히 온다는 것 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가장 큰 불안감은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자동차 산업은 생산 및 부가가치는 물론 고용에 이르기까지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을 뿐 아니라 반도체에 이어 수출 2위 상품으로 우리나라의 핵심 주력산업이다. 이는 조선업의 3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어느 순간 한꺼번에 구조조정이라는 큰 파도가 밀려오면, 그 피해는 조선업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하듯 우리 자동차 업계도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지금이라도 당장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사관계를 비롯해 각종 규제 등 업계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는 소위 주력산업이라 불리는 국내 제조업 전반에 걸친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더욱 조선업과 같은 경험을 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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